매일신문

[매일춘추] 사소한 약속

아무런 생각 없이 의례적으로 약속하는 일이 가끔 있다. "다음 주에 식사 한번 하자, 내가 맛있는 단골집 많이 알고 있다"는 말로 상대방을 기다리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약속들은 여러 가지 생각하고 거의 실행할 의지가 없이 지나가버린다. 상대방이 중요한 사람이 아니거나 이익이 되지 않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상대방은 그 약속이 의례적인 줄 알면서도, 실행을 기대할 수도 있다. 자신보다 더 높은 지위나 힘이 있는 사람이 약속한 경우에는 상당한 관심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

이런 지켜지지 않을 약속이 한 번 정도로 끝날 때에는 관심의 표현이라고 넘어가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러 번 반복되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서서히 무너질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사소한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은 중대한 약속을 하더라도 신뢰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신용을 얻지 못하면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도 상대를 설득하기가 힘이 훨씬 더 들 것이다. 이와 반대로 사소한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믿음을 받을 것이고, 중요한 약속이 있어도 잘 지킬 것이다.

참석인원 수만큼 식사를 예약한 모임에서도 나타나지 않다가 나중에 급한 일 생겼다고 핑계를 대는 사람도 가끔 있다. 남은 음식도 아깝지만, 점점 추락하는 그 사람의 신뢰가 안타깝다.

습관적으로 약속을 잘 지키는 않은 사람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처음부터 그 약속을 굳이 지킬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이다. 실험 결과에 거짓말을 하는 뇌파가 보인다는 것이다. 위기를 모면하거나 이득을 얻고자, 상대방을 속이려고 약속을 한다는 것이다. 뭔가를 해주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청소년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사소한 약속을 자주 파기하는 하는 사람은 약속을 지켜도 큰 득이 없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상대방을 잃어도 크게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이기적인 판단에서다.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보지 않고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 갇혀 행동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일 많은 약속을 한다.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약속이 될 수도 있지만, 상대방에게는 중요한 약속이 될 수도 있다. 사소한 약속도 잘 지키는 것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며 서로 신뢰를 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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