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칠순 넘은 가위손, 손님들 예뻐진 모습 보면 행복

동구시니어클럽 '은빛나눔 미용실'

은빛나눔 미용실은 항상 손님들로 붐빈다. 4명의 어르신 미용사가 손님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동구시니어클럽 제공
은빛나눔 미용실은 항상 손님들로 붐빈다. 4명의 어르신 미용사가 손님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동구시니어클럽 제공

30년 이상 경력 가진 어르신 미용사 4명

미용재료 준비부터 기구 청소까지 분담

일주일에 3일 근무…가사 병행에도 좋아

은빛나눔 미용실 변희순(71) 팀장은 인생 2막이 더욱 즐겁다. 자영업을 할 때는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면 은빛나눔 미용실에서는 건강한 노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일한다. 변 씨는 대구시 동구 신암동에서 40여 년간 미용실을 운영했다. 수입이 괜찮았지만 매일 서서 일하고 육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미용업이 힘들었다. 자녀들만 다 키우면 언제든지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업을 정리할 때만 해도 다시 미용가위를 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평범한 주부로 돌아간 그녀에게 미용기술을 살려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왔다. 미용실 문을 닫고 15년 만이었다. 40여 년간 매일 해 온 일이기 때문에 다시 미용가위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2013년 노인복지관 한편에 마련된 은빛나눔 미용실이 변 씨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됐다. 예전과는 달리 손님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일에서 느끼는 보람이 완전히 새로웠다. 예전에는 손님을 기다리며 돈을 버는 일이 스트레스였지만 지금은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손님이 줄 서 있어 여유 있게 일할 수 있게 됐다. 그녀는 항상 자신을 기다리는 손님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미용실이 예뻐지려고 하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잖아요. 손님들이 웃는 얼굴로 찾아오니까.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뻐요."

은빛나눔 미용실에는 4명의 어르신 미용사가 근무하고 있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오후 3시까지 영업한다. 4명이 돌아가면서 쉬기 때문에 일주일에 3일만 출근하면 된다. 미용사들은 모두 3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전문 기술자들이다. 미용기구는 다뤄본 사람이 세척하고 정리해야 하기에 경력자만 채용한다. 머리를 손질하는 일 외에도 미용재료 준비부터 기구 청소까지 모두 4명의 미용사가 분담하기 때문에 업무량이 적은 편은 아니다. 기술과 체력이 요구되는 만큼 급여수준은 영업 실적에 따라 40만~50만원선으로 공익형 일자리(22만원)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은빛나눔 미용실 직원들은 "항상 서서 일하고 잡일이 많기 때문에 노인들이 쉽사리 덤빌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근무 일수와 시간이 정해져 있어 가사를 병행할 수 있는 점이 좋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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