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모 "기각" 자식 "인용"…탄핵놓고 세대갈등

정치 얘기하다 서로 감정 상해…언성 높이는 경우도 적지 않아

석 달 전부터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직장인 이모(33'영천시 북안면) 씨는 집에 돌아와 부모님과 대화를 할 때면 가급적 정치 이야기를 삼간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를 두고 얘기를 시작하면 서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다가 결국에는 목소리가 커지는 탓이다. 이 씨는 "부모님과 떨어져 살 때는 몰랐지만 같이 지내면서 정치를 보는 시각의 차이를 크게 느낀다"며 "탄핵 인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통령 비판에 부모님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셔서 요즘은 TV 뉴스도 같이 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 시점이 3월 초순으로 예상되는 등 탄핵 심판 일정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탄핵소추안 인용과 기각을 두고 세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의 경우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60대 이상 어르신 세대가 이를 주도하는 양상이어서 탄핵 찬반 의견을 두고 부모와 자식 간에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매일신문이 지난 1월 말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탄핵을 묻는 질문에 '탄핵해야 한다'는 응답은 48.8%, '하면 안 된다'는 47%로 팽팽하게 맞섰다. 나이가 적을수록 탄핵 찬성 응답률이 높은 반면 60대 이상은 탄핵 반대 의견이 더 높았다.

이 때문에 부모와 자녀가 정치 관련 대화를 나누다가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 사는 이모(29) 씨는 "지난 설 연휴 때 친척들과 만나 정치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께서 대통령 입장을 두둔하기에 반대 입장을 설명했더니 정색을 하며 자리를 뜨셨다"며 "그 이후 누구도 정치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 명절을 보냈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 입장을 가진 부모 세대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과오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최순실 등 주변 인물이 초래한 사태인 탓에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탄핵 심판 선고 시점이 다가오면서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탄핵 심판의 부당성을 담은 글을 적극적으로 퍼뜨리는가 하면 탄핵 인용 반대 집회에도 참석하면서 본인들의 목소리를 더 선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 국면이 마무리 절차에 돌입하면서 이념 대결의 장으로 변질, 세대 갈등이 증폭되는 측면이 있다"며 "진보와 보수를 떠나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서로 공감하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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