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부상자인 이성근(가명'67) 씨는 지난해 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배와 등이 계속 아파 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받았는데 췌장암 3기 판정을 받은 것이다. 수술과 치료 때문에 40일 동안 병원 신세를 지고 지난 6일 퇴원한 이 씨는 "가족 중에 암으로 고통을 겪은 사람이 없는데 암 진단을 받아 깜짝 놀랐다"면서 "지하철 사고 때 마신 유독가스 때문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 씨는 2003년 2월 18일 오전 칠성역에서 지하철에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연기를 많이 마신 탓에 70일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퇴원 후에는 쇠약해진 건강 탓에 변변한 직장도 구하지 못했다. 그나마 힘이 됐던 보상비 8천여만원도 사기를 당해 모두 날렸다. 지금은 영천에 있는 한 상가 창고를 보금자리 삼아 아내와 근근이 연명하고 있다.
사고 당시와 이후 이어진 건강검진에서 암의 징조는 찾을 수 없었다. 사고 후유증으로 암이 발생할 확률은 100분의 1도 안 된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암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오르고서야 부상 후유증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 참사 부상자 중 암 환자가 여럿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또 다른 암 환자가 나오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도 앞선다.
이어질 항암 치료를 앞둔 이 씨는 살길이 막막하다. 수입이라고는 본인과 아내 앞으로 나오는 기초연금 30여만원과 대구에 있는 40㎡(12평) 방세 35만원 정도다. 한 달에 두 번 받는 치료에 들어갈 병원비와 은행 대출 2천만원을 떠올리면 한숨이 절로 난다. 자연스럽게 생각은 대구시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진다.
"지하철 화재 참사에는 분명 대구시의 책임도 있지만 이미 보상이 끝났다는 이유로 시는 부상자들을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평생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이제는 암까지 얻었는데…. 이를 온전히 부상자 개인이 감당해야만 하는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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