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자치단체 군(郡)지역 중 예산에 비해 빚 많기로는 1위, 군이 떠안은 빚을 주민 1인당으로 나눌 때 전국 군 평균의 2배, 빚낸 돈의 이자로 줘야 하는 돈만 매년 30억원 이상….'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칠곡군이 처한 상황이었다. 경상북도 다른 군의 2.5~12배에 이르는 주민 수, 그에 비해 작은 행정조직과 적은 예산규모, 좁은 행정구역 등 온갖 '예산 빈곤'의 악조건에 시달렸다. 주민 수가 많다는 것은 지출해야 할 교육'복지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중앙정부가 내려주는 관련 예산에 비례해 칠곡군도 자체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구가 12만3천 명이 넘어서며 이런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군 단위 행정조직이다 보니 예산 규모에도 한계가 있고, 군의 면적이 좁다 보니 교부세 등 재원마련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선심성 행정과 무분별한 계획 탓에 빚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그 때문에 불과 5년 전만 해도 전국 자치단체 군 지역 중 '예산 대비 채무비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때 지방채 발행액만 715억원에 이르렀고, 매년 갚아야 할 이자만 30억원에 달했다.
그런 칠곡군이 내년이면 '빚 없는 자치단체'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전국적으로도 명성 높은 여성친화도시와 호국평화도시 등의 기반을 구축한 데 이어 시 승격마저 넘보고 있다. 온갖 악조건을 딛고 수백억원의 빚을 갚으면서도 다른 지자체와 비슷한 복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른바 '마른 수건 쥐어짜기' 전략과 함께 부족한 예산 마련을 위해 군 직원들을 대상으로 국비 확보와 공모사업 개발 특강과 전략회의를 수시로 열었다. 불필요한 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구할 수 있는 예산은 최대한 늘리자는 전략.
백선기 군수가 취임하던 2011년 칠곡군의 채무는 주민 1인당 60만원으로 전국의 군 평균보다 2배가량 높았으며, 한 해 이자로만 30억원을 지불했다. 백 군수의 선거공약 중 하나는 '임기 중 채무를 갚겠다'는 것이었다.
'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이듬해부터 빚 갚기에 돌입한 칠곡군은 올 상반기까지 653억원을 갚고, 내년엔 나머지 62억원도 갚아 결국 빚 없는 자치단체가 된다. 자산을 팔거나 복지사업을 줄이는 방법 대신 군수 관사를 매각하고 경상경비를 한껏 줄였다. 낭비성 예산과 행사 경비를 아끼고 아꼈다. 빚이 줄어들면서 이자도 80억원가량 아끼게 됐다. 직원들이 발로 뛰며 국'도비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중앙부처 공모사업에 31건이 선정돼 125억원의 국'도비를 따냈고, 49개 부문 수상으로 인센티브도 8억여원을 받았다.
백 군수는 "국'도비 확보는 지자체 간 경쟁의 산물이다. 더 노력해 차별화된 사업을 찾아내고 중앙부처를 설득하는 등 국비 확보 총력전을 펴겠다. 시책개발기획단을 통해 올해 20건 이상의 참신한 시책을 발굴한다는 로드맵도 마련했다"며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칠곡군을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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