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주, 안동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승합차에 7명이 탄 가운데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양반과 선비에 대한 논쟁 아닌 토론이 있었다. 영주를 대표하는 선비와 안동 양반의 우월 논의로, 해당 지역에 연고를 둔 두 사람이 각각 선비와 양반에 대해 설명하는 가운데 다른 사람들이 의견을 표시하는 형태였다.
토론을 간단히 요약하면 영주의 선비가 양반보다 더 좋게 여겨졌다. 현대 사회에서 바라볼 때 지금의 유림으로 대표되는 선비도 비아냥거림을 듣지만, '이 양반, 저 양반'으로 불리는 등 상당 부분 부정적인 용어로 바뀐 양반보다는 더 낫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선비라는 용어를 선점한 영주시가 '양반의 고장' 안동시에 판정승을 거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안동 출신도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영주 사람은 선비, 양반 타령은 무의미하다며 신도청 이전으로 먹고살 터전거리를 마련한 안동이 부럽다고 했다. 그는 신도청이 이전할 때까지는 영주, 안동 모두 쇠락하는 도시로 같은 처지였지만 안동은 이제 다르지 않으냐는 논리였다.
신도청을 품은 경상북도 북부지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도청으로 옮겨온 도청 직원들은 수시로 접하는 안동'예천 사람들과의 관계 설정에 애를 먹고 있다. 도청 직원들은 오자마자 안동 사람들이 음식값부터 올렸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안동 특유의 배타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안동 시민들은 신도청 이전에도 혜택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눈에 드러나는 신도시의 아파트 건립이 예천에 집중하면서 안동의 인구는 2015년에 비해 신도청이 이전한 2016년 더 줄었다. 안동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자료다. 이 때문에 신도시 1단계 조성을 마무리한 경북개발공사는 예천 중심의 신도시 2단지 개발과 안동 중심의 3단지 개발을 동시에 하기로 최근 계획을 바꿨다. 안동의 고민을 덜려는 조치다.
신도청 인근 지방자치단체의 소외감은 더 커 보인다. 청송군은 상주~영덕 고속도로 개통으로 안동과 청송의 거리가 크게 좁혀진 만큼 경북도 산하 기관'단체의 청송 지역 이전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한다. 영주 사람들은 신도청 이전의 최대 수혜자인 안동의 욕심이 너무 지나치다고 불평한다. 선비라는 용어에서부터 SOC 사업까지 안동이 인근 지역을 배려하지 않고 모든 사업을 싹쓸이한다는 게 비난의 골자다.
신도청 이전에 따른 혜택이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북부 지역민들이 혼란에 빠진 느낌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앞으로 불만스러운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신도청 이전의 근본 취지를 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신도청 이전지 선정 때 안동'예천은 경북에서 상대적으로 낙후한 북부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행정 수도인 신도청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고, 이는 평가 과정에서 큰 힘으로 작용했다.
올해 초 안동으로 근무지를 옮긴 뒤 북부지역을 돌아보면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신도청과 북부지역 시'군이 엇박자를 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안 등을 조정하는 북부지역 자치단체 협의체가 있지만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지 않다.
경북도는 대구경북연구원을 통해 신도청 시대의 경북 발전 방향을 수립하고 있다. 또 한반도 허리 경제권 구축을 위한 전략 사업을 강원도 등 6개 시'도와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북부지역의 발전 방안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수도권을 직접 공략하는 북부지역의 마케팅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북부 지역민들의 의식 변화도 필요하다. 신도청을 품은 만큼 이제 발전을 이끌어내는 것은 지역민들의 책임이다. 권리만 주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신도청시대를 어떻게 열 것인가에 대한 지역민들의 고민이 필요하다. 안동'예천은 하루빨리 통합 문제를 매듭지어 신도청이 두 지역의 발전을 이끄는 신도시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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