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구제역으로 난리통인 와중에 축산 농가가 많은 안동지역 간부 공무원이 도박판을 벌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라 구제역 방역 업무를 지휘해야 할 면장과 축산 관련 부서 간부가 포함돼 있어 어처구니가 없다.
지난 12일 안동시 간부 공무원이 건설업자 등과 180만원대 도박을 벌이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단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4시간 동안 속칭 '훌라' 카드 도박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공무원 중에는 면장과 축산 관련 부서 계장이 포함돼 있었다. 구제역으로 안동시 전 공무원 비상근무 명령이 떨어진 상황에서 구제역 방역 관련 부서 간부들이 한가롭게 도박을 했다는 점은 놀라울 정도다.
잘 알려졌다시피 안동시는 구제역 상흔이 깊게 팬 곳이다. 2010년 11월 발생한 구제역으로 지역 축산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방역 및 살처분 비상근무에 나섰던 공무원 3명이 과로로 숨지고 여성 공무원이 낙태를 겪는 등 물적'정신적 피해는 재앙 수준이었다. 충북 보은 등지에서의 구제역 발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안동시는 '구제역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전 공무원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모든 농가를 대상으로 긴급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공무원들에게 방역소초 주'야간 3교대 근무 명령을 내렸다.
안동시는 결기를 보였지만 일부 간부 공무원은 일탈 행위를 벌였다. 구제역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안동시의 다짐은 결과적으로 구두선(口頭禪)이 돼버렸다. 일부 공무원의 부적절한 행동은 구제역 방제 업무로 고단한 대다수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공무원에 대한 국민 불신을 낳는다.
문제는 더 있다. 청탁금지법 발효 이후 공무원들은 직무 관련자와 3만원 이상 식사를 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는데 어떻게 간부 공무원이 업자와 은밀한 장소에서 만나 도박판을 벌일 생각을 한 것인지 개탄스럽고도 석연찮다. 경찰은 도박이 일회성이었는지, 상습적이었는지 낱낱이 수사해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안동시도 경찰 수사를 토대로 엄중한 징계를 내려서 기강을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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