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구태 청산 못하는 도로공사, 낙하산 사장의 한계인가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의 구태 경영이 심각한 수준이다. 큰돈을 들여 안전'설계 업무 등의 각종 시스템을 설치해놓고 놀리는가 하면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업체, 하청 업체 등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갑질' 논란도 여전하다. 친박계 정치인 출신의 김학송 사장이 적폐 청산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구태 경영의 대표적 사례가 무용지물로 전락한 '터널사고 자동감시시스템'이다. 2014년 48억원을 들여 고속도로 터널에 설치했으나 사고 감시는커녕 오작동이 빈발했다. 이 시스템은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검지율 85.2%, 오검지율 80~90%에 달했고 상황실 근무자들이 사고 감지 경보음을 꺼둔 채 일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도로공사는 3억여원을 들여 '고속도로 실시설계 수량단가 산출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해놓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실상 폐기했다. 10여 년 전 개발한 또 다른 설계시스템도 운영 소홀로 놀리다시피 하고 있다. 이처럼 헛돈을 펑펑 쓰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니 더 놀랍다.

도로공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고용 업체에 공사비 등을 강요했다는 논란도 적지 않다.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업체에 화장실 리모델링 비용을 최대 70%까지 부담시키거나 하청 업체에 공사비를 일부 떠넘겼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행태를 보이는데도, 정부 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최고등급을 받았다고 하니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도로공사가 부담하거나 떠안을 비용을 약자에게 전가해 경영 이익만 챙긴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도로공사는 정규 직원이 4천490여 명에 불과하고, 톨게이트 수납원, 고속도로 안전순찰원 등 외주 직원이 8천 명이 넘는 왜곡된 고용 구조를 가진 대표적인 공기업이다. 퇴직자 출신에게 톨게이트 운영권을 맡기는 관행도 여전하다. 김학송 사장이 '낙하산' 논란 속에 4년째 재임하고 있지만, 기업 내 불합리한 적폐와 구태를 없애지 못했다는 점에서 '거쳐 가는 경영자'의 한계를 벗어던지기 힘든 것 같다. 공기업은 국민과 관련 업체에 공정성을 앞세워야 존재 의의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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