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 자연을 품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에 따라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과 함께 에너지, 자원, 환경 문제가 중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때 대구는 먼 미래에도 낡지 않을 소중한 꿈을 가꾸고 있다. 바로 녹색환경이라는 큰 희망이다. 건강하게 호흡하고, 맑게 굽이쳐 흘러가며, 씨앗이 싹터 거목이 되는 도시, 세계 어느 곳보다 건강한 글로벌 환경도시가 되는 꿈을 위해 힘차게 뛰려 한다.

대구가 품고 있는 환경 자산은 적지 않다. 자연재해가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통팔달의 땅길, 팔공산~비슬산~앞산으로 연결되어 분지로 스며드는 짙푸른 산림축, 수달이 살고 있는 젖줄 낙동강~금호강~신천이 휘감고 있는 생태축, 이처럼 대구는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성장할 여건이 충분하다. 여기에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를 극복한 경험과 15년 전 BOD농도 191.2㎎/ℓ인 '죽음의 금호강'을 '생명의 강'으로 되살린 각고의 노력은 2015년 '제7차 세계물포럼'을 통해 '대구는 물의 도시'라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도 남겼다. 이런 여건이라면 이제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먼저, 올해부터 숨의 도시를 위한 초석을 단단히 다져 나갈 것이다. 깨끗한 도심 공기 확보를 위해 2020년까지 1조2천억원을 투자하여 초미세먼지를 20% 저감하고, 전반적인 환경 기초 시설 개선을 야심 차게 추진한다. 전기자동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 확대,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전국 최초로 중장비 엔진을 전기 엔진으로 교체하는 매연 저감 사업을 실시해 대기오염원을 획기적으로 저감한다. 폐기물에너지화(SRF)시설 본격 가동과 노후화된 성서소각시설 교체, 상리 음식물처리시설 개선, 하수슬러지처리시설은 고화 처리 방식에서 기술적으로 검증이 된 건조 연료화 방식으로 전환해, 대기 환경과 폐기물 처리 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한다.

두 번째, 모두가 부러워하는 물의 도시로 진화할 것이다. 낙동강의 맑은 물을 끌고 와 신천의 수량을 지금보다 2배로 흘려보내는 등 2025년까지 21개 사업에 1천660억원을 투자하여 신천을 생태 하천으로 변모시킨다. 대명천, 도원지, 금호강 일원도 맑은 물이 휘도는 생태 하천으로 바꾼다. 금호강을 축으로 한 친환경 수변 공간도 펼쳐질 것이다. 작년 11월 착공해 현풍 일원에 조성 중인 3천억원 규모의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는 이미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유망 기업 16개사를 유치했다. 지난해 제1회 대한민국국제물주간의 성공적 개최에 이어 금년에는 미국 밀워키시와 자매결연, 네덜란드 프리슬란주와 교류협력을 추진한다. 한국형 물산업 기술로 100조원대 중국 시장에도 안정적으로 진출하는 등 명실상부한 글로벌 물산업 중심 도시로의 진화는 벌써 예견되어 있다.

세 번째, 세계적인 숲의 도시를 꿈꾼다. 우선 금년부터 대구수목원을 현재 3배 규모로 확장하고, 그 속에 목재문화체험장도 만든다. 올 한 해에만 642억원을 투입하여 생활권 공원과 도시 숲, 산림 복지 인프라 확충에 나설 것이다. 시민 행복을 북돋우는 힐링 공간이 될 금호강 생활의 숲과 비슬산 치유의 숲, 팔공산 둘레길이 곧 완공되고, 도심 속 녹지 공간을 늘리기 위한 옥상 녹화, 물놀이장 등의 친수 공간도 충분히 확충한다. 혁신도시 배후에는 산림복지단지를 조성한다.

폭염의 도시, 환경오염의 도시라는 시련과 오명을 250만 시민과 함께 이겨낸 지금, 글로벌 녹색환경도시의 꿈은 더 이상 대구가 해내지 못하는 이상향이 아니다. 각박한 현실에서도 자연엔 복잡한 이법이 없다. 꽃나무는 향기로 사람들 코를 즐겁게 하고, 그늘로 서늘함을 준다. 물과 흙은 묵묵히 나무를 떠받치고 영양을 공급한다. 자연은 움켜쥠보단 나눔을, 악의의 영향력보단 선한 조화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사람 숲에서 정 붙일 나무를 찾지 못한 많은 이들에게 대구는 '안식의 도시' '숨'물'숲의 도시'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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