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께 드릴 '꽃다발' 사라진 졸업식장

김영란법 시행 후 달라진 풍속도…"직무 관련성 없다" 해석에도 꺼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졸업식 날 선생님께 감사의 의미로 드리는 꽃다발 선물이 크게 줄었다. 15일 대구 달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졸업식이 끝났지만 정문 앞의 꽃 판매대에는 팔리지 않은 꽃다발이 많이 놓여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졸업식 날 선생님께 감사의 의미로 드리는 꽃다발 선물이 크게 줄었다. 15일 대구 달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졸업식이 끝났지만 정문 앞의 꽃 판매대에는 팔리지 않은 꽃다발이 많이 놓여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학교 졸업식장 풍경마저 바꿔놓았다. 감사의 의미로 선생님께 꽃다발, 선물을 드리거나 졸업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모습도 보기 어려워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학생이 졸업식 때 선생님께 꽃다발과 선물을 드리는 것은 졸업과 동시에 직무 관련성이 없어지는 만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졸업식에서는 이런 풍속은 눈에 띄게 줄었다. 경산의 한 중학교 교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졸업생, 학부모가 꽃다발이나 크게 비싸지 않은 선물을 건네기도 했는데 올해는 이런 장면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에 선물을 드렸다가 혹시나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예 주지 않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상당수 학교 졸업식에서는 지역 기관단체나 독지가들이 졸업생들에게 장학금을 전하고 격려하는 모습도 줄었다. 경산의 한 초교 교장은 "지난해 졸업식만 해도 5, 6개 단체나 독지가가 상급 학교 진학을 축하하는 의미의 장학금을 줬지만 올해는 2곳에서만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했다. 또 다른 교장은 "졸업생 부모가 기부한 학교발전기금을 학교 측에서 장학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데도 괜한 논란이 빚어질까 우려해 장학금 기탁을 포기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졸업식이 막바지에 이른 대구 초'중학교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북구의 한 초교 교장은 "보통 졸업식장에 학부모회장이나 학교운영위원장 명의의 축하 화환이 놓이는데 올해는 받지 않았다"면서 "대신 학생과 학부모가 썰렁한 분위기를 느끼지 않도록 전체 학생들에게 졸업장을 직접 나눠주고 격려하는 등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수성구의 한 초교 교장은 "졸업식을 마치고 교사에게 식사 대접 또는 선물을 전하는 것은 이미 10여 년 전에 사라졌다. 오히려 학교가 예산을 아껴 중학생이 볼 수 있는 '논어' 책을 선물해 장차 리더로서의 자질과 선한 마음을 가지도록 배려했다"고 소개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달라진 졸업식 풍속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구 북구의 한 중학교 교장은 "정든 학교를 떠나면서 선생님에게 작은 마음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에 삭막함을 느낀다"면서 "이번에 졸업생이 쓴 편지를 받았는데 물건이 아니더라도 사제간의 정을 나누는 마음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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