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수길의 경북 장터 사람들] <6> 청도장터 뻥튀기 장수 최한봉 씨

맨몸으로 시작한 뻥튀기…아들 유학까지 보냈죠

뻥튀기 장사 40년 경력인 최한봉 씨가 우렁찬 목소리로
뻥튀기 장사 40년 경력인 최한봉 씨가 우렁찬 목소리로 "뻥이여~"를 외치고 있다.
이수길 작가
이수길 작가

청도군 청도읍에 서는 청도 5일장은 1912년에 개장해 105년이라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골장터이다. 장날(4, 9일)이면 청도를 비롯해 경산, 대구, 부산 등에서 새벽부터 보따리 상인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룬다. 청정지역인 청도에서 나오는 약초, 산나물, 과일 등을 사기 위해 중간 상인들이 몰려든다. 시골에서 오는 버스에는 신토불이 보따리상인인 할머니들이 가득하다. 청도 하면 가장 먼저 머리를 스쳐 지나는 것은 '청도 소싸움과 와인터널'이다. 그리고 청도의 특산물로는 청도반시, 감말랭이, 반건시, 청도복숭아, 유호임금딸기, 찰보리쌀, 한재청정미나리 등이 있다.

청도장에는 40년 세월을 뻥튀기 장사 하나로만 시골장터를 지키고 살아온 사람이 있다. 경산시 자인에서 가난한 집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최한봉(60) 씨는 알몸으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각오로 '뻥튀기 장사'를 시작했다. 불타는 청춘의 20살에 먹고살아야 한다는 절박함과 배고픔을 이겨내야 한다는 헝그리 정신이 최 씨를 강하게 만들었다. 고향인 자인장터와 청도장터에서만 40년의 세월을 "뻥이여~!"를 외치며 장터를 지켜왔다.

40년 전에는 뻥튀기 삯이 150원이었는데 지금은 3천원을 받는다. 다른 장터의 뻥튀기 삯은 보통 5천원에서 6천원이지만 최 씨는 어머니 같은 시골 할머니들을 위해 봉사차원에서 '착한 가격'만 받는다. 뻥튀기 장사로 1남 1녀와 함께 먹고 살아온 최 씨는 아들(최광호'28)을 호주 유학까지 보냈다. 뻥튀기 일을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우고 일을 함께했던 아들은 아버지의 업을 대물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 씨도 아들의 계획에 물려줄 용의가 있다고 당당하게 밝힌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프로정신으로 살아온 부모의 마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0년 전부터 최 씨와 함께 뻥튀기 일을 하고 있는 아내 김순덕(57) 씨는 "남편은 너무 착하고 성실해서 탈이다"라고 남편 자랑을 한다. 화답이라도 하듯 최 씨는 "아내가 같이 일해주니 몸도 마음도 편하고 좋다"고 억척스러운 아내를 치켜세웠다. 올해 7월 장돌뱅이 생활 40주년을 맞게 되는 잉꼬부부는 한 달 동안 무료 뻥튀기 봉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뻥튀기를 사랑해주고 찾아주신 손님들에 대한 감사 차원이다. 올 7월에는 뻥튀기 부부의 고운 마음씨로 청도장이 한층 더 아름다운 장터가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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