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 입학도 전에 취업 열공…예비 신입생 "낭만보다 실속"

토익 고득점땐 학점 혜택, 학원 수강생 15%나 차지…일찌감치 공무원 시험 준비도

올해 경북대에 진학하는 김모(19) 군은 입시가 끝났음에도 최근까지 집 근처 도서관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지난 13일 경북대가 공학 계열 신입생을 대상으로 치른 '수학 진단평가' 준비 때문이었다. 학교 측은 상위 7명에게는 5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수학 실력에 따라 반편성도 한다. 김 군은 "많이 부담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꽤 신경 쓰였다"며 "취업하려면 학점이 중요하다고 들어서 놀 수가 없었다"고 했다.

기나긴 수험생활을 마치고 캠퍼스 생활에 대한 낭만에 부풀어 있어야 할 대학 새내기들이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취업에 필요한 높은 학점을 따려면 입학 전부터 전공 공부를 해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늘면서다. 경북대 관계자는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시험 범위라든가, 시험을 못 치면 불이익은 없는지를 묻는 예비 신입생이 과거에 비해 훨씬 늘었다"고 귀띔했다.

인문계열 학생들은 소위 '기본 스펙'이라고 불리는 토익(TOEIC) 준비로 분주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에 따른 불안심리 탓에 토익 시험이라도 준비하는 것이다. 영남대 인문계열에 합격한 최모(19) 양은 "틈틈이 영어 단어장을 챙겨보는 중"이라며 "주변에 토익 공부를 시작한 친구들이 많아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 한 토익학원에 따르면 이번 겨울 방학기간 동안 전체 수강생 가운데 15% 이상이 수능시험을 치른 고3 졸업생들이었다. 일부 대학들은 학습 동기 부여를 목적으로 입학 전에 모의 토익을 실시하기도 한다. 영남대의 경우 2월 중에 전체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모의 토익을 실시, 일정 수준 이상이면 영어 교양과목에 A+학점을 부여하고 해당 수업을 면제한다.

특히 일찌감치 공무원 시험을 염두에 둔 학생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무원 시험과 수능 시험이 과목 등에서 큰 차이가 없어서다. 다음 달 경북대 식품공학과에 입학하는 변주영(19) 군은 "공무원 시험 문제를 훑어보니 수학 난이도가 수능보다 훨씬 쉽게 느껴졌다"며 "입시 공부를 토대로 지금부터 준비하면 해볼 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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