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8번째 결혼

영국의 극작가이자 배우인 사무엘 푸트(1702~1777)가 친구들과 얼마 전 결혼한 여배우를 놓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여배우는 자주 애인을 바꾸고 여러 차례 이혼 경험이 있는, 연극계에서 유명한 바람둥이였다.

한 친구가 말했다. "그녀가 이번에는 잘 살 거야. 결혼한 남자에게 자신의 과거를 전부 고백했다고 하니까…." 친구들은 그 말에 여배우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렇게도 정직한 여자가 있을까?" "용감한 여자야!" 그러자, 푸트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어쩌면 그렇게도 기억력이 좋을까?"

예로부터 연예인은 결혼과 이혼을 자주 했다. 자유분방한 연예인의 특권인지 몰라도, 배우자 바꾸기를 영화 한 편 찍듯이 뚝딱 해치운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라면 보통 서너 번의 결혼 경력을 갖고 있지만, 그들은 행복할까?

1950, 60년대 '세기의 미녀'로 불렸던 엘리자베스 테일러(1932~2011)는 8차례 결혼했고, 결혼 때마다 화제를 불렀다. "나는 평생 남편 이외의 남자와 잠자리를 갖지 않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지만, 곧이곧대로 믿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60세가 된 1991년에 20세 연하의 건설노동자와 마지막 결혼을 했으나 5년을 넘기지 못했고, 죽을 때까지 홀로 병마와 싸웠다. 헝가리 출신의 여배우 자자 가보르(1917~2016)도 9번 결혼했지만,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남자의 사랑은 결혼해야 완성되지만, 일단 결혼하면 그는 끝난다"는 그녀의 경험담에서 알 수 있듯, 결혼 횟수와 행복은 큰 상관관계가 없다.

기네스북에는 남성 최다 결혼자로 미국의 침례교 목사인 글린 울프(1908~1997)가 올라 있는데, 무려 29회였다. 그가 요양원에서 죽었을 때 누구도 시신을 거두러 오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아내는 여성 최다 기록 보유자(23회)인 린다 울프였는데, 둘 다 기록 경신을 의식한 결혼이었다.

배우 유퉁의 8번째 결혼 소식이 화제다. 일부에서는 '한 번도 힘든데 부럽다'고 했고, 일부에서는 '33살 연하라니 지나치다'는 반응이었다. 그가 방송에서 웃으면서 가정사를 털어놨지만, 그의 삶은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부러워할 일이 결코 아니다. '가장 행복한 결혼은 귀머거리 남자와 눈먼 여자와 만남'이라는 옛말처럼, 둘 다 참고 양보하면서 결혼생활을 꾸려가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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