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를 걸어가는데 대학생들의 대화가 들렸다. "이게 뭐냐고. 대학만 가면 다 되니까 합격만 하라더니, 지금이 더 머리 터질 것 같아."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만 보고 달려온 학생들은 입학 후에 더 큰 좌절감을 맛본다. 인생의 질문은 끝나기는커녕 이제 시작인 거다. 대학에서 인문학 독서와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건 수동적인 학생들이다. 그들은 책을 읽든 글을 쓰든 커다란 벽을 친 채 거리를 좁히지 않는다.
글쓰기 강의는 재미없고 딱딱할 것이라는 학생들의 선입견을 깨려고 첫 만남에 준비하는 것은 짝짝이 신발이다. 노란색, 연두색 짝짝이 신발을 신고 첫 강의에 들어서면 학생들의 표정이 흥미롭다. 신발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 정답이라 여겼던 모든 것에 의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라는 의미이다. 고정관념은 비단 창의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지배한다.
사람들은 바빠서 자유가 없다 하면서도 여유로운 삶을 사는 용기는 내지 않는다. 20년 공무원 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아들과 함께 1년 동안 세계여행을 하고, 양육과 전업주부의 삶을 선택한 사람을 만나면서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자문하게 되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한 아내와 평등하게 역할을 바꾸었을 뿐이라는 대답은 자못 혁명적이었다. 이만큼 되면 떠나야지 하면서 다양한 핑계로 자유를 유예하는 이들은 결국 타인의 인정이라는 잣대를 벗을 용기가 없는 것은 아닌지.
'에디톨로지'의 저자 김정운은 '창조는 편집'이며, '나는 내 기억이 편집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결국, 나라는 존재도, 나의 과거도, 내가 원하는 바에 따라 편집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세상은 안쪽이라고 생각한 것이 바깥쪽이 되기도 하고 실제로는 안팎 구분을 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인 경우가 많다. '올바른 사리판단'을 위해서는 고정관념도, 내가 한 경험은 무조건 옳다는 고정 잣대도 버려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혜정은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통해 교수의 농담까지 받아 적어 달달 외운 서울대 학생들이 A+를 받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현실을 비판하려고 쓰인 그 책이 오히려 A+ 지침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 의견과 교수 의견이 다를 경우 내 의견을 포기하겠다는 학생이 9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창의적인 학생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결국, 창의성지수는 아이디어 생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용기지수인 것이다. 다수가 가는 길이니 옳을 거라 여겨 무조건 따라가는 자는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길을 찾아 걸을 용기가 없다. 행복하고 싶다면 먼저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용기를 얻어야 할 것이다. 창조의 근원은 용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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