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여러 매체들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뉴스들이 쏟아지는 데다 뉴스를 가장한 '가짜 뉴스'들까지 판치는 세상이다 보니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믿을 만한 권위 있는 언론사들의 뉴스와 가짜 뉴스의 차이는 '사실'(事實)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나 있었던 사건을 말하는 것으로, 상상으로 꾸며낸 것, 환상,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로 있지는 않은 것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실'이라는 말을 쓸 때는 주관적인 것이나 가능성이 있는 것까지도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이 '사실'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교실이 시끄러워서 공부가 안 된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것은 사실일 수 있다. 그러면서 '(시끄러운) 카페에서 공부를 하니까 공부가 잘 된다'고도 한다. 이것도 사실일 수 있다. 이 모순된 이야기는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 아니지만 '공부가 잘 된다/ 안 된다'에는 개인의 주관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또 술이나 담배에 세금을 올렸을 때 소비량이 줄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로 줄었는지는 검증을 해 봐야 하는 것이다. 설령 줄었다 하더라도 세금 인상 때문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이런 것에 대해서 엄밀하게 검증하지 않고 모두 '사실'로 인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같은 사건에 대해서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더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다고 믿어버린다.
'사실'이라는 말이 가진 이러한 모호함 때문에 최근에는 언론인들 사이에서 주로 사용하던 '팩트'(fact)라는 말이 사회적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팩트'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사실'이지만 사용되는 맥락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 '팩트'라고 할 때는 일상적으로 말하는 '사실' 중에서도 명확하게 존재하는 것,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것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팩트'라고 말을 했을 때에는 '반박이 불가능한 명확한 사실'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학생들의 예에서 보자면 '팩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교실에서 공부를 열심히 안 했다'는 것뿐이다.('교실이 시끄러워서 공부가 안 된다'고 말하는 학생이 교실에서 제일 많이 떠드는 학생인 것이 팩트인 경우도 많다.)
'사실'이라는 우리말이 있는데 '팩트'라는 말이 점점 더 퍼지고 있는 것은 언어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렇지만 '팩트'라는 말이 의미하는 영역이 사회에서 명확하게 인식이 되는 것은 나쁜 것은 아니다. 입장이 다른 사람들끼리도 '팩트'는 공유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기반한 사회적 토론이 활발해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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