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정 교과서 채택 문명고 자율학습 돌연 취소

전국 유일 연구학교, 학생들 "예정대로 항의 집회"…교장 "교육부에 정책 재고 공문"

전국 5천500여 개 중'고교 중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이하 연구학교) 지정 심의를 통과한 경산 문명고에서 재학생 반대 집회와 온라인 서명운동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명고는 애초 연구학교 지정을 신청하려다가 교원 동의율이 73%에 그쳐 포기했으나 경상북도교육청이 8일 "교원 동의율은 관계없다"며 신청에 제한을 두지 않자 입장을 급선회했고,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15일 연구학교 지정을 신청했다. 처음 학교운영위에서 연구학교 신청 안건을 다뤘을 때만 해도 반대 7명, 찬성 2명이 나왔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러자 김태동 문명고 교장은 학교운영위를 정회한 뒤 학부모 위원을 집중 설득해 찬성 5명, 반대 4명의 결과를 끌어냈다.

이번 결과는 홍택정 이사장의 의지가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 이사장은 현재 국정교과서 채택을 옹호하는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 경북회장을 맡고 있다. 그의 선친이자 재단 설립자인 홍영기 전 이사장은 1968년 '5'16 민족상'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2001년 국회의원 시절 홍 전 이사장이 새마을운동 선구자로 활동하며 조성한 청도 운문면 방음리 새마을동산을 방문한 적이 있어 현 정권과도 각별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 중이다. 이들은 17일에 이어 20일에도 항의에 나선다. 많은 학생들은 "연구학교 지정 신청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으며, 우리 의견은 전혀 들어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교과서가 왜곡'편향돼 있고, 학생 선택권을 무시한 일방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학교 홈페이지에는 연구학교를 반대하는 글이 올라와 1천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문명고는 19일 오후 5시쯤 학교 공식 전화번호로 재학생에게 '2월 20일(월)~21일(화)은 자율학습 운영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학생들은 봄방학 기간인 2월 초부터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해왔다. 문명고 한 학생은 "아무래도 자습이 없어 등교하지 않으면 집회가 열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학생들은 20일 오전 9시부터 학교 운동장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장은 "교육부에 연구학교 정책 자체를 재고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겠다"면서 "오는 23일까지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연구학교 지정을 나중에 철회할 수 있는지는 해당 학교에 달렸다. 학교와 해당 지역 교육청이 협의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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