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신하는 북성로] '대구역 네거리∼달성공원' 권역 환골탈태

순종 황제 어가길·대구읍성 거리박물관 '뚝딱뚝딱'

대구역네거리에서 달성공원까지 대구 동서를 잇는 순종 황제 어가길 공사가 한창이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역네거리에서 달성공원까지 대구 동서를 잇는 순종 황제 어가길 공사가 한창이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역 네거리에서부터 달성공원까지 이르는 이른바 '북성로 권역'이 대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순종 황제 어가길 등 진행 중인 도시경관 사업이 5개에 이르고, 투입 예산만 200억원이 넘는 덕분이다. 특히 주변에 1천 가구 이상의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 2곳이 들어서는 등 민간개발도 잇따라 침체된 구도심이 새로운 랜드마크로 환골탈태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뚝딱뚝딱… 북성로 200억원 들여 공사 중

19일 오후에 찾은 북성로 공구골목에서는 북성로 고유의 공업기술을 전승하고 기록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북성로 기술예술융합소'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중구청이 지난 2014년부터 추진해 온 '역사전통문화마을' 조성 사업 중 하나인 이곳은 올 6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달성동에서부터 향촌동까지 북성로 곳곳에서 중구청이 추진 중인 공사는 대구읍성 거리박물관(대구역 앞), 순종 황제 어가길 쉼터(인교동 공구골목), 수제화 센터(향촌동) 등 모두 5곳에 이른다. 이들은 각각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사업(70억원), 순종 황제 어가길 조성사업(70억원), 향촌동 수제화 골목 진흥사업(40억원)의 일환으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오는 4월 착공 예정인 무궁화백화점 인근 '디자인 시범거리 조성사업'(38억원)을 포함하면 관련 예산은 220억원을 넘어선다. 북성로 전역이 대변화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국비지원을 통해 원도심 회복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중앙부처가 발주한 공모사업을 통해 추진 중인 국비사업이라는 것이다. 일명 '동성로 프로젝트' 이후 북성로 권역의 낙후한 공구골목 등을 개선해 원도심 재생과 관광 활성화란 두 마리 토끼를 노렸으나 예산 문제로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중구청이 국비 지원으로 해결책을 마련한 것이다.

예를 들어 2012년 국토해양부 주관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 공모' 사업에 선정된 순종 황제 어가길 조성은 각종 안내판을 설치했고, 대구은행 북성로지점을 민족지사 양성소였던 '우현서루'로 재현했다. 인교동 공구골목 내 약 400m 도로와 200여 개 상점의 간판 등도 모두 재정비한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 황제는 1909년 순행(巡幸'임금이 나라 안을 두루 살피며 돌아다니는 일)차 대구를 방문한 바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물론 순종에 대한 역사적 해석은 다양하고 동상까지 세우는 것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이 사업을 통해 국비를 지원받고 공구골목 일대가 살아난다면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 아니냐"고 설명했다.

◆민간 투자도 속도 내고 있어

북성로가 떠오르자 민간 투자에도 속도가 붙었다. 북성로와 인교동 공구골목은 근대건물을 활용한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떠올랐고, 도원동과 달성동 일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화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최근 '달성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시공사를 선정하고 사업 시행인가를 받았다. 2020년 사업이 완료되면 달성동 주변 20년 이상 된 노후주택들이 1천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도원동과 달성동은 도시철도 3호선 달성공원역과 마주한 역세권인데다 중심상업지구여서 개발가치는 높았지만 워낙 침체돼 있던 구도심인 탓에 섣불리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웠다. 달성지구 조합원들은 10월 입주가 시작되는 대구역센트럴자이(1천여 가구)와의 시너지 효과 덕분에 일반 분양도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성로와 인교동 공구골목은 근대건물 덕분에 부활 중이다. 1930년대에 지어진 한 적산가옥(일본식 주택)이 2011년 '카페 삼덕상회'로 리노베이션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 구상(1919~2004) 시인이 6'25전쟁 때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를 연 '꽃자리 다방'과 복합문화공간 '소금창고'가 속속 문을 열면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대구 도심 재생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일각에선 젠트리피케이션, 기존 시설과 마찰도 우려

하지만 오랫동안 공구골목을 지켜온 일부 상인들은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정비사업 이후 지주들이 집세 인상을 요구하는 등 벌써부터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공구골목 일대에선 높아진 월세 탓에 산격동 유통단지 등으로 옮겨간 상인들이 늘면서 빈 점포가 적지않게 눈에 띄었다. 이곳 상인들은 "젊은 층이 커피를 마시러 공구골목에 오는 게 상인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아파트 입주로 인해 북성로 권역에 자리 잡은 기존 상권과의 마찰도 우려된다. 중구청은 자칫 대구의 대표 먹거리인 '북성로 연탄불고기'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여론에 난감해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변에 주택가가 없어 소음'냄새에 따른 민원이 적었지만, 아파트가 들어서면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구청 측은 "벌써부터 입주 예정자들을 중심으로 불법영업을 단속해 달라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조만간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 같은 갈등은 도원동 성매매집결지역(일명 자갈마당) 존폐 여부를 두고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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