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8월 2일 MBC뉴스데스크를 기다리던 대구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했다. 대구MBC가 서울에서 송출되는 전국 뉴스를 끊고 자체 편성한 뉴스를 20분간 전진 배치한 것이었다. 국내 방송 사상 초유의 편성 규정 위반 사태였다. 당시 대구MBC가 방송한 뉴스는 '호랑이는 살아 있다' 보도특집이었다. 특별취재팀이 청송에 설치해놓은 무인카메라에 호랑이가 포착됐다는 뉴스였다.
남한에서는 호랑이가 멸종된 것이 공식 보고인데 사실이라면 센세이셔널한 특종이 아닐 수 없었다. 카메라에 찍힌 개체는 희미한 줄무늬를 가진 1m 안팎 크기의 동물이었다. 보도는 큰 파장을 불렀다. "호랑이가 맞다"라는 주장과 "삵 또는 스라소니일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결국 환경부가 나서 "호랑이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논란은 한동안 숙지지 않았다.
한민족에게 호랑이는 야생동물 이상이다.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를 '산군'(山君'산의 임금)이라고 부르며 경외시했다. 사냥꾼은 호랑이를 잡으면 일단 관아에 가서 곤장 3대를 형식적으로 맞았다. 산의 임금을 잡았으니 포상금을 주기 전에 벌을 내린다는 의미였다. 17세기까지만 해도 한반도에는 호랑이가 6천 마리나 살았다. 그러나 서식지 파괴와 사냥 여파로 20세기 초 그 수가 20마리 안팎으로 줄었고, 휴전선 이남에서는 야생 호랑이가 자취를 감췄다.
이에 산림청은 백두산호랑이를 복원한다는 야심 찬 계획의 일환으로 경북 봉화에 호랑이 숲을 만들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호랑이 숲에 들여온 호랑이 2마리 중 한 마리가 9일 만에 폐사했다. 만성신부전증으로 몸이 성치 않은 상태에서 장거리 이송에 따른 스트레스로 건강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맹수가 자신의 질병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했다면 이송 전에 좀 더 건강 상태를 면밀히 확인해야 했다.
엄밀히 말한다면 산림청의 계획은 호랑이 복원이라 할 수 없다. 봉화 호랑이 숲이 넓긴 해도 야생호랑이의 행동반경에 비해서는 턱없이 좁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등산객과 호랑이의 안전상 무턱대고 자연에 방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산림청은 러시아산 시베리아호랑이 9마리를 더 들여올 계획이라고 한다. 백두대간 숲 속에서 산군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크다. 산림청은 호랑이 숲에 터를 잡을 호랑이들을 더 세밀히 보살피고 혈통 보존을 위한 연구 및 작업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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