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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러려고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무리수 뒀나

전국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하기로 희망한 학교는 단 1개교다. 경산 문명고가 유일하지만, 그것마저 확실하지 않다. 문명고 측이 안팎의 반발로 "23일에 최종 결정하겠다"고 유보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운명이 '1개교' 아니면 '없음'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니,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이를 두고 1년 넘게 소모적인 논란과 대립을 빚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못한' 결과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추진한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문제이긴 하지만, 집필'배포'채택을 주도한 교육부의 책임도 그 못지않게 크다.

당초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올해 3월부터 전국 중'고교에 일괄 적용할 계획이었다가 반대여론에 밀려 희망 학교에 한해 시범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희망 학교가 전국 중'고교의 20%가량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결국에는 모든 학교가 외면하는 정책을 추진했다니 이런 분들에게 아이들의 교육을 맡겨야 할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이런 상황에 대해 교육청과 전교조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댔다. 그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일 수 있지만, 수준 이하의 엉성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11월 현장 검토본이 공개되자마자, 수백 건의 내용 오류 및 편향 기술, 오탈자, 비문 등이 발견돼 부실 제작 비판이 일었다. 진보'보수를 떠나 현장 교사들이 부실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전혀 신뢰하지 않았기에 처참할 정도로 외면받게 된 것이다. 결국, 국정 역사교과서는 출발부터 제작, 배포까지 상식과 순리를 따르지 않았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제 역사를 대통령이나 특정 정파의 시각에 맞춰 기술하겠다는 전근대적 발상은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음을 알게 됐다. 그렇더라도, 역사교과서에 대한 좌우편향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의 사회적 논란과 대립은 없어야 한다. 편향성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역사교과서를 다양한 해석이 담긴 토론형 자료로 다시 개발하는 방안이 필요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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