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라크 모술 서부 민간인 80만명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

이라크군이 19일(현지시간) 이슬람국가(IS) 최후 거점인 모술 서부 탈환 작전을 개시함에 따라 도시 안에 사실상 갇혀 있는 75만~80만 명의 민간인들이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유엔은 전투가 장기화하거나 격렬해지면 40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하고, 미처 대피하지 못해 고립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도심을 포함하는 모술 서부 지역은 유서 깊은 모스크와 전통시장, 관공서 등이 즐비하며 도로가 좁고 복잡한 골목길이 많은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이라크군은 동부 탈환 작전보다 훨씬 어려운 전투를 예상하고 있으며, 전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군 장교들 사이에선 모술 서부 탈환 작전이 지난해 10월 중순 시작돼 올해 1월 끝난 동부 탈환 작전만큼 걸리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민간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모술 동부가 정부군에 넘어간 뒤 외부와 차단돼 생필품과 구호물자가 바닥난 서부 주민들에게는 가장 두려운 게 로켓포탄도 총알도 아닌 굶주림이라고 18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서부 지역 주민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전화통화 등으로 도시 내부의 실상을 외부에 알리고 있다. 이들은 IS 측이 정부군과 내통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웃을 밀고하는 주민들에게는 소량의 식량을 주는 식으로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IS의 활동을 정부군에 전화로 알리다 적발된 주민들이 처형된 경우도 있다.

식량과 식수, 식용유, 난방유 등을 구하는 게 불가능하거나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암시세에 거래되고 있다. 주민들은 나무와 가구, 플라스틱, 쓰레기 등으로 불을 피워 난방과 조리를 하고 있다. IS 조직원들이 정부군의 공세에 대비해 민간인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식량과 물자를 비축하기 시작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소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난민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가 이라크군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모술 서부에서 발생한 난민만 21만7천 명에 달한다. 유엔 지원단체들은 모술 남부와 남서부에 최대 1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준비해 놓고 있으며, 구호대원들도 남은 겨울은 물론 봄까지 활동을 계속 한다는 각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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