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포항 남구 구룡포항 오징어잡이(채낚기 어선) A호 선주 박모(57) 씨는 힘 빠진 목소리로 "지난해보다 한참을 못 미치는 어획량에 생계가 막막할 지경"이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출항을 나가도 선장'선원 월급이나 기름값 등에 들어간 돈을 맞추기 급급해 '적자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것이다.
다른 선주들도 힘이 빠지기는 마찬가지였다. B호 선주 김모(61) 씨는 "오징어가 구룡포를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년에는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10년째 줄곧 내리막길이다. 어획량이 한창때의 절반밖에 안 되다 보니 배를 팔고 다른 일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10년 전에 비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2008년 오징어 어획량은 9만1천여t에 달했다. 이듬해 1천t가량 늘긴 했지만 2013년부터 6만3천여t으로 급하강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5만9천여t, 2015년에는 5만4천여t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어획량은 4만4천여t으로 1년 새 무려 1만t이나 덜 잡혔고, 올해는 이보다 더 적은 오징어가 잡힐 것으로 어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어민들은 '울릉도 오징어'의 영광도 옛말이라고 했다. 울릉도 오징어 어획량은 14년 동안 80%나 줄었다. 2002년 8천여t 잡히던 오징어가 2016년에는 1천여t이 됐다. 이런 실정은 오징어잡이 어민들의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C호 선장 최모(55) 씨는 "회로 먹을 수 있는 오징어가 부족해지자, 마른 오징어를 보기는 더 귀해져 가고 있다. 흔하게 먹을 수 있던 서민 음식 오징어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변화와 중국 어선의 남획이 있다. A호 선주는 "몇 년 전부터 울릉도 북쪽 북한 수역에 오징어 어장이 형성됐다. 이곳에 중국 어선 수천 척이 몰려들어 오징어 씨를 말린다"고 했다. 실제 동해안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은 2000년대에 100여 척에 불과했지만, 2010년이 지나면서 1천여 척 이상으로 늘어났다. 어민들은 선미식(그물을 배 뒤에서 끌어올림) 불법 개조로 오징어 등을 싹쓸이하는 현측식 트롤 어선들과 오징어 집어등을 이용한 공조조업 등 불법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B호 선주는 "동해안 어민들의 생계가 달린 오징어 문제는 정부의 적극적 의지가 없으면 해결하지 못한다. 국내 어선들의 불법 조업과 중국 어선의 마구잡이 조업 근절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