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울릉도에 처음 갔을 때의 시각적 충격을 잊을 수 없다. 포항에서 배를 탄 지 4시간여가 지난 후 뱃멀미로 괴로워 지칠 때쯤 어둠이 가라앉는 울릉도가 시야에 들어왔다. 배가 도동항에 가까워지자 괴로움을 잠시 잊을 만큼 경이로운 광경을 접하게 됐다. 도동항은 여느 항구와 다르게 우뚝 솟은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나는 그러한 광경을 처음 봤기에 저절로 탄성을 내뱉었다. 도동항의 기암괴석은 검은 형체를 띠고 덮칠 듯 갑자기 다가왔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사람을 압도하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저녁 무렵에 봐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후 국내외 여행지에서 인상적인 경치를 자주 봤지만, 도동항의 기암괴석처럼 강한 이미지를 안긴 기억은 별로 없다.
시인 유치환이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으로 표현했듯이 울릉도는 홀로 먼 바다에 떨어져 있는 외로운 섬이다. 독도와 함께 대한민국 동쪽 끝부분의 영토를 상징하는 동해의 절해고도이다. 그러나 이 경이로운 자연 속에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이 추한 일들을 잇달아 빚어내고 있다. 울릉군이 먹는샘물 개발을 추진하면서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최근 사실로 드러나는 정황이 포착됐다. 또 울릉군의회 전'현직 군의원들은 부적절하게도 연봉 수천만원을 받는 여객선사 본부장직을 맡아 구설에 올랐다. 재작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경찰 간부와 군청 간부 소유의 땅에 진입로를 내주는 특혜성 행정 처리가 일어나 논란이 일었다. 울릉도 내 대형 리조트 운영자가 체험관광 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공유지를 훼손했고 울릉군은 이 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한 정황도 드러났다.
고립된 섬에서 몇몇 힘 있는 인사들이 법을 무시한 채 이득을 챙기고 행정기관도 뒤를 봐주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군수가 사과하긴 했지만,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반성은 없고 개선 방안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자정 능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이를 반영하듯 울릉군은 지난해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 가장 낮은 5등급을 받았고 전국 82개 군 중에서 81위로 꼴찌 수준에 머물렀다. 감시의 눈길이 약할수록 부패가 싹트기 쉽다지만 어둠 속 비리가 감춰질 수만은 없는 세상이다. 울릉 주민들의 자괴감을 헤아린다면 울릉군 지도층 인사들은 뼈저리게 반성하고 도덕적, 법적으로 쇄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상북도 역시 청렴도가 낮은 울릉군을 특별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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