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50년 후의 독도

일본 시마네현이 정한 억지 '죽도의 날'(2월 22일) 아침. 구한말 시절 왜인이 했다는 조롱을 자꾸 되뇌게 된다.

대한제국 외부(外部)에서 연회가 열렸다. 각국의 외교관들 앞에서 우리나라 관료들이 일본 외교관에게 '왜놈'들이 감히 조선을 넘본다고 성토했다. 묵묵히 듣고 앉았던 '왜놈 외교관'은 대번에 차고 있던 일본도를 빼서 촛불 심지를 날려 버렸다. 그리고는 일갈했다. "당신네 조선 양반들은 긴 담뱃대를 물고 왜놈, 왜놈 하는데 지금까지 국권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우리 '왜놈들'은 미국 흑선이 에도만에 나타났을 때, 전 국민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무예를 익혔다. 나도 비록 일개 서생에 불과했지만 죽을 각오로 검술을 익힌 결과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게 왜놈 타령만 하고도 능히 조선을 지킬 수 있겠는가?"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이 더욱 집요해지고 있다. 외무상과 관방장관이 독도를 그네들 '고유 영토'라고 잇따라 망언했다. 급기야 2월 14일에는 일본 청소년들에게 '독도 영유권 교육'을 의무화하는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을 전자정부 종합창구에 고시했다.

일본이 과거 10년 단위로 개정하던 학습지도요령을, 이번에는 1년 앞당겨 발표하면서, 각 교과서에 독도 관련 내용을 가르치도록 명시하고 있다. 초등학교는 '독도, 북방영토, 센카쿠제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점을 다룰 것'으로 적고 있다. 중학교 지리의 경우 '독도와 북방영토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점, 센카쿠제도에 대해서는 영토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룰 것'을 적시하고 있다.

개정안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3월 초쯤이면 원안대로 확정될 전망이다. 이번의 새 학습지도요령은 내각의 의결을 거쳐 초등학교는 2020년부터, 중학교는 2021년 교과서에 적용될 예정이다.

최근 영남대 학술대회서 발표된, 1886년 일본 지리교과서인 '개정일본지지요략'을 보면, "오키국 서북 해상에 독도(松島)'울릉도(竹島) 두 섬이 있고, 서로 거리는 약 100리이며 태정관 결정으로 그 나라(조선)에 속하는 섬이 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본 교과서 기술은 1905년 일본 시마네현의 독도 무단편입 후까지도 이어졌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에는 독도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다가 1950년대 이후 간간이 '한국과 일본 간 이견이 있다'는 정도로 서술해왔다.

현행 일본 초'중등학교 학습지도요령에도 독도와 관련한 직접적인 기술이 없다. 초등학교 사회과에는 영토 관련 조항이 없으며, 중학교 지리, 역사, 공민에는 '일본의 영역문제도 착안하라'는 정도의 권고에 그치고 있다. 그러던 것이 올해에 들어서는 아예 모든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로 기술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과연 50년 후에도 우리 독도를 온전히 지킬 수 있을까?"

1월 신라대학교 강성훈 교수가 우리나라 사람 1천116명을 대상으로 독도와 관련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독도의 위치를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성인들은 5.5%가 모른다고 대답했고, 청소년층은 10.6%가 부정적인 대답을 했다. 독도의 옛 지명 우산도에 대해 성인 30.9%가 모른다고 대답을 했고, 청소년층에서는 47.8%가 부정적인 대답을 했다. 독도 관련 위인들에 대한 인지도를 묻는 문항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독도를 자기 땅이라 배우는 일본 학생, 독도가 어딘지 모르는 한국 학생.'

이런 추세라면, 한일 간 독도 교육은 머잖아 역전될 것이 불 보듯하다. 앞으로 50년쯤 후에도 독도가 온전할지 걱정이다.

"그렇게 왜놈 타령만 하고도 능히 조선을 지키겠는가?" 조선을 비웃은 그놈(?)의 목소리가 자꾸만 도돌이 음(音)이 되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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