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까지 팽개쳐가며 산업현장을 열심히 뛰어다닌 포항제철고 3학년 수험생이 올해 포스텍 신입생이 돼 화제다. 친구들이 한창 수능 공부를 할 때 디자인 컨설팅 회사에 취직해 3개월간 경력을 쌓은 뒤 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에 입학한 손범준(19) 군이 그 주인공이다.
손 군은 "미래 전기자동차 시대를 이끌 최고경영자가 되기 위한 사전 연습"이었다며 독특한 이력의 배경을 설명했다. 손 군은 친구들이 수능 준비에 정신없을 지난해 10월에도 전동 스케이트보드 시제품을 발표해 큰 관심을 끌었다. 최근에는 "판을 제대로 벌이겠다"며 분당에 사무실을 내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헬멧 등 안전 보조 장비 개발에 들어가 주변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손 군은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고 3으로 돌아가 더 열심히 산업현장을 누벼보고 싶다"며 웃었다.
손 군은 우연찮게 창조적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사업(디자인 2020 프로젝트)을 보고, 지원서를 냈다가 덜컥 합격하면서부터 입시 준비를 잠시 접었다. 아이리버 MP3 디자인으로 유명해진 디자인컨설팅 회사 '이노디자인'에서 일하게 됐다는 아들의 말에 가장 놀란 것은 포항제철고 교사인 아버지였다. "입시 준비를 해도 모자랄 시간에 무슨 직장이냐"며 야단도 쳐보고 다독여도 봤지만 '꿈'이라는 단어를 앞세우며 오히려 일장 연설을 하는 아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래 해봐라"는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는 학교 대신 산업현장을 누비며 전동 스케이트보드 '붐스틱'이라는 시제품을 만들어냈다.
'디자인 2020 프로젝트'는 이노디자인뿐 아니라 프랑스의 다쏘시스템즈, 미국의 스트라타시스 등 3사가 지원하고 있다. 여기서 손 군이 만들어낸 붐스틱은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에 나오는 전투 오토바이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제품은 디자인어워드에서 수상의 기쁨을 누렸고, 덕분에 손 군은 이탈리아를 찾아 각국의 디자이너들과 만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 당찬 청년의 시작은 고교 1학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마트워치로 특허와 상품권을 받은 데 이어 이듬해에는 생활 속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15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붐스틱을 개발한 이후, 그는 더 바빠졌다. 각종 공모전을 통해 알게 된 실력 있는 7명의 동료들과 함께 창업을 한 것이다.
그는 이번 포스텍 입학이 훌륭한 이론과 기술 인프라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앞으로 전기자동차나 전기버스 등과 같은 전기를 활용한 이동수단과 이에 관련된 장비시장을 선도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15년 후쯤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서 제 사진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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