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안희정, 골수 지지층만 보지 말고 잠재적 지지자를 보라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기각을 결정할 경우 승복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안 지사는 22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헌재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리면 조건 없이 승복하겠느냐"는 패널의 질문에 "기각을 상정했을 때 국민이 가질 상실감을 생각한다면 법적인 결정이니 헌재의 판결을 존중하겠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어 한 패널이 "조건 없이 승복할 건가, '예' '아니오'로 답해달라"고 하자 "현재로선 그 질문 자체가 예, 아니오로 답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헌법적 질서는 질서대로 잡더라도 민주사회에서 국민의 분노와 상실감은 표현돼야 한다. 헌재가 국민의 압도적 다수와 압도적 의원들이 가결한 결정을 존중하길 바란다"고 했다.

전형적인 모순어법이다. 헌법적 질서를 잡아야 한다면서 기각 결정은 존중하기 어렵다니 무슨 말인가? 헌재가 어떤 판결을 내리든 존중하는 것이 바로 헌법적 질서를 잡는 일 아닌가? 국회의 탄핵 의결은 정치적 결정이고 헌재의 탄핵심판은 헌법적 결정이다. 정치적 결정은 법률적 결정에 종속돼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이를 준수하는 것은 대통령 자격의 첫 번째 판정기준이다. 이에 비춰 봤을 때 지금까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모두 대통령 자격이 없다. 그들 중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약속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안 지사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기대됐다. 안보, 재벌개혁, 복지문제 등 국가적 현안에서 다른 대선주자들과 달리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견해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안 지사가 진보진영이면서도 보수진영의 지지를 받는 이유다.

물론 안 지사가 그렇게 발언한 것은 민주당 지지층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보수'중도층의 실망을 불러와 그의 정치적 외연 확대 노력을 무위로 돌릴 수 있다. 헌재의 어떤 결정이든 승복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국민에게 안 지사를 믿고 나라를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각인시킬 것이다. 승복 약속을 할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안 지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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