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의 원래 소장처를 둘러싸고 안동지역 광산김씨 긍구당 종택과 진성이씨 회양당 종택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해례본은 1939년 말쯤 안동 와룡 진성이씨 주촌종택(회양당) 후손인 이용준이 김태준이라는 사람을 통해 1940년 초 간송 전형필에게 팔았다. 이후 문화재청의 국보 지정 과정과 학자들의 연구 논문 등에 주촌종택 집안의 가보로 전해내려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지난 2005년 박영진 씨(당시 동래여중 교사)가 한글학회지인 '한글새소식'에 기고한 '훈민정음 해례본의 발견 경위에 대한 제고'라는 글을 통해 "훈민정음 해례본은 광산김씨 김응수의 긍구당 종택에 가보로 전해오던 것을 사위였던 진성이씨 이한걸의 3남 이용준이 김태준 교수와 함께 긍구당 서고에서 '매월당집'과 함께 해례본을 빼돌려 팔았다"고 발표, 학계에서도 원소장처를 둘러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잠잠해오던 원소장처에 대한 논란은 지난달 24일 (사)유교문화보존회가 주관한 '안동, 한글을 간직하다'라는 주제의 학술강연회에서 '훈민정음 복각과 향후 활용방안'에 대한 발표자로 나선 안동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운 스님이 해례본 원소장처로 '긍구당'을 표기하고, 안동한문학회 박영진 씨가 '긍구당 훈민정음 이야기'라는 내용의 특강을 통해 사실상 원소장처를 광산김씨 긍구당 종택으로 특정짓자, 진성이씨 회양당 종택을 비롯해 문중이 발끈했다.
진성이씨 주촌종택과 대종회는 23일 안동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훈민정음의 원소장처는 안동시 와룡면 주하리 이한걸(회양당 종택) 집이다. 박영진 씨가 해례본 발견 65년이 지난 후에 10여 년 동안 긍구당 종택의 사위였던 이용준을 도둑으로 몰아가 명예훼손하는 주장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대표 발표에 나선 이재갑 씨(건양사이버대 외래교수)는 "국보 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주촌종택 선조였던 이정 선생이 약산성을 쌓고 여진을 정벌한 공으로 세종 임금으로부터 '동국정운'(국보 71호)과 함께 하사받은 책으로 진성이씨 주촌종가의 세전가보(世傳家寶)로 보관돼 오다가 1940년 후손인 이용준이 간송 전형필에게 매도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진성이씨 대종회는 "더 이상의 원소장처 논란을 없애기 위해 두루마을(주촌)이 훈민정음 해례본을 소장했던 사실을 기념해 회양당에 '훈민정음 해례본 소장 기념비'를 건립하고 600년 전통의 두루마을 전체를 '전통문화유산과 한글마을'로 조성하기 위한 후원회를 결성했다"며 "안동시도 두루마을이 한글마을로 지정되도록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광산김씨 긍구당 종택과 박영진 씨는 그동안 ▷사위 이용준 씨가 장인 김응수에게 보낸 편지글 내용 ▷해례본 서문과 정음의 발음 풀이 등 2장을 뜯은 행위 ▷퇴계 선생 묘갈명에 임금으로부터 해례본을 하사받은 내용이 없는 점 등을 들어 긍구당 후손 김응수가 원소장자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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