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주민 등 떠미는 염색산단 악취, 근본 대책 세울 때다

대구염색산업단지의 악취 등 공해로 인근 주민들이 뭇 질병을 호소하고 심지어 다른 곳으로 떠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행정 당국이 내놓은 대책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에 그치는 등 만족할 만한 결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염색단지의 유해물질이 다른 곳보다 많고 암 같은 중병(重病)을 호소하는 주민도 있다. 주민들로서는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다.

문제는 염색산단 주변에서 이 같은 고통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 대구 서구 비산7동 등의 피해 주민만 무려 1만 가구, 2만여 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 1980년 염색산단 조성 이후 지속적으로 공해에 시달린 삶을 이어왔다. 염색산단에서 매일 뿜어내는 유해공기를 마시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가을과 겨울철 바람을 타고 주택가로 몰려드는 염색산단의 나쁜 공기는 피할 수조차 없어 주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주민 고통은 국립환경과학원의 2014년 조사에서도 증명됐다. 조사 결과, 염색산단과 서대구산업단지, 대구3공단 등 산단 주변 주민들의 만성 기관지염 발병률이 대구시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남성은 27%, 여성은 13% 높다. 급성 기관지염은 남성이 7%, 여성이 20% 높다. 염색산단 유해 화학물질 배출량도 많아 2010년 조사에서 톨루엔은 3공단의 5배, 클로로폼은 7배나 됐다. 모두 호흡기와 심장, 신장 등에 해로운 물질이다. 염색산단 인근 주민의 호흡기 질환과 건강 이상에 대한 호소가 마땅한 까닭이다.

행정'환경 당국이 할 일은 분명하다. 먼저 지난해 12월 구축해 가동 중인 악취 감시 시스템이 과연 제대로 가동되는지 점검하는 일이다. 기준을 넘는 유해물질 배출 여부에 대한 감시 감독 강화와 위반 업소에 대한 엄격한 조치도 필요하다. 아울러 업체들이 악취와 공해 배출을 낮출 수 있는 기술 개발과 투자에 나서도록 설득해야 한다. 서둘 일은 각종 질병과 고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주민들에 대한 행정 서비스 제공이다. 즉 필요할 경우 역학조사를 통한 고통 원인 규명과 함께 해법의 도출이다. 떠나지도 못하고 남은 주민부터 살려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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