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수길의 경북 장터 사람들] <7>경산 자인장터 50년 채소장수 오순자 할머니

설·추석 빼고 연중무휴…딸·손녀와 함께 손님 맞아

50년 동안 자인장에서 채소를 팔아온 오순자 할머니가 외동딸, 손녀와 함께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50년 동안 자인장에서 채소를 팔아온 오순자 할머니가 외동딸, 손녀와 함께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수길 작가
이수길 작가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자인 오일장은 신라시대부터 거래가 이루어진 유서 깊은 장터이다.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전쟁 이후에 본격적으로 전통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상설시장이 되면서부터 오일장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인근지역에서 몰려들어 상거래가 이루어졌다. 장날이면 시골버스에서 내린 할머니 보따리 상인들이 이른 아침부터 북새통을 이루면서 시골 맛이 팍팍 피어오른다.

오순자(80) 할머니는 자인장터에서 50여 년 동안 채소 장사로 먹고살아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입증하듯 오 씨는 눈빛이 생생하게 살아 있어 돈 계산에 철저하다. 오 씨는 "우리 집에서 가장 잘 나가는 건 콩나물이다. 2천원, 3천원어치 손님이 많다. 양도 많이 주고 값도 싸고 인심도 좋으니 단골손님이 쌓이고 돈이 쌓인다"고 활짝 웃으시면서 말했다. 강원도 정선 골짜기에서 태어난 오 씨는 당시에는 늦은 28살에 결혼한 후 3남 1녀와 함께 자인장터에서 먹고살았다. 4남매를 먹이고 키우고 가르친다는 일념으로 동곡장(1일/6일장), 용성장(2일/7일장), 자인장(3일/8일장), 경산장(5일/10일장) 등을 다니며 장사했다. 장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양손에 들고 시골버스에 몸을 싣고 시골장터로 돌아다니며 장사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외동딸 모정분(48) 씨와 보석감정사 국가공인자격증을 소지한 손녀딸 석은지(25) 씨가 오 씨의 장사를 돕고 있어 장터를 살 맛 나는 분위기로 만들고 있다. 모 씨는 친정엄마 등에 업혀 다니면서 장터에서 장사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50여 가지 종류의 야채는 모 씨가 새벽마다 도매상에서 사온다.

"우리 엄마는 장터 귀신이에요. 설 명절과 추석 명절 외에는 연중무휴로 장터를 지켜요." 모 씨는 허리와 관절이 안 좋으신 엄마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장날마다 팔을 걷어붙이고 야채를 파는 손녀딸 석 씨도 "우리 할머니는 장사 욕심이 많으시고 손님에게 친절하고 덤도 많이 준다. 그래서 손님들이 줄을 선다"고 할머니 자랑에 여념이 없다. 3대가 함께 나선 채소장사 장터 풍경은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화롯불처럼 따뜻하고 구수한 이야기를 활활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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