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아버지, 병고에 시달리고 있는 저희 교우를 돌보시어 인내와 희망을 주시고 복된 치유를 허락하소서.'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아버지께서 베풀어 주신 많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세상의 고통을 자비로 편안케 하시는 부처님! 모든 병자들에게 어진 의사의 몸을 보여주시고 자비의 손길로 감싸주소서.' '자비하신 부처님! 생각 생각에 간절히 부처님을 떠올리니 의사와 간호사의 수고로움이 헛되지 않게 하소서.'
천주교와 개신교 그리고 불교 환자를 위한 기도문이다. 지난해 10월 천주교 안동교구 사목국에서 펴낸 '병자 방문 기도'라는 소책자에 실려 있다. 91쪽짜리 소책자가 관심을 끄는 것은 다른 종교를 믿는 병자를 위한 기도문을 나란히 싣고 있어서다. 소책자는 호스피스(죽음을 앞둔 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준비를 돕는 봉사 활동) 병동 담당자를 위한 책이다.
호스피스 병동 담당자들이 만나는 환자는 다양한 종교를 가진 탓에 기도도 같을 수 없다. 환자의 종교를 배려한 기도문인 셈이다. 책 앞쪽 일러두기에 "가톨릭 기도와 예식을 중심으로 구성됐지만 환자의 종교와 상관없이 만나고 용기를 주는 봉사 활동이 되어야 하기에 '개신교인들을 위한 기도문'과 '불자를 위한 기도문'도 함께 수록했다"고 한 까닭이다. 다른 종교 환자를 배려하고 존중한 기도문이다.
이런 종교 경계를 넘는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점 때문인지 찾는 사람이 많아 최근 처음보다 더 많은 수량을 펴낸 것으로 알려졌다. 찾는 이가 많음은 다른 종교 환자의 마음까지 헤아림에 대해 세인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책 제작에 참여한 이춘자 아녜스 수녀는 "소중하지 않은 종교는 없는 것 같아요"라며 "반응도 괜찮다"고 전했다.
마침 안동에서 불교와 유교 천주교 개신교 민간신앙 등을 하나로 아우르고 소통'화합'봉사의 구현을 위한 종교 공간 조성 사업이 추진돼 관심을 끈다. 유교 전통의 안동에서처럼 종교 벽을 허무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나쁘지 않다. 5천 년 우리 역사 속 첫 토종 종교인 천도교(동학)와 민간신앙을 빼면 모두 외래이지만 이미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들 모두 어울려 나라와 국민을 편안케 해야 할 믿음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이 불어올 봄바람 타고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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