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성 월요일과 불금

마르크스 '자본론'에 19세기 런던의 제빵업자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당시 제빵 노동자들은 장시간의 노동으로 평균 수명이 42세에 불과했다. 특히 저가 빵 판매업자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다. 노동력이 곧 상품인 제빵사에게 휴식 없는 노동은 결국 자해 행위인 셈이다.

반면 17세기부터 영국에는 '세인트 먼데이'(성 월요일)라는 관습이 있었다. 종교 기념일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월요일에 일터로 나가지 않는 관행을 일컫는 용어다. 당시 급여일은 통상 토요일이다. 주머니에 얼마간의 돈이 남아 있는데다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던 때 노동자들의 유일한 낙은 술이었다. 쉬는 날 진탕 마신 술을 핑계로 월요일을 빼먹은 것이다. 일손이 없으니 공장들도 월요일에는 문을 닫았다. 이런 관행은 19세기 말 토요일이 반(半)휴일로 자리 잡으면서 거의 사라졌다.

제빵 노동자의 사례와 비교하면 성 월요일은 매우 파생적인 노동 관념이다. 하지만 노동시간이 곧 자신의 교환가치나 다름없는 현대의 노동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장시간 노동으로 이름난 우리 사회에서 노동환경 개선은 쉽게 풀리지 않는 해묵은 과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40대 직장인 2천 명을 상대로 조사해보니 직장인 68%가 퇴근 후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남성보다 여성이, 소득이 낮을수록 노동 피로감이 더 높았다. 1세기 전과 비교하면 현대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법정휴가 등 다양한 제도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일에 지친 사람이 많다는 것은 제도가 생활 패턴이나 노동의식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다.

며칠 전 정부가 일'가정 양립을 위해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지정한 금요일은 오후 4시 조기 퇴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월~목요일 30분 더 일하는 조건이다. 하지만 직장인들 반응이 시원찮다.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게 이유다. 업무 스트레스에다 잔업, 야간근무, 퇴근 후 일 관련 메시지 등 휴식의 장애물이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반응이 무리는 아니다. 지난 24일 처음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시행한 일본 직장인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보도다.

주5일 근무제 시행 이후 '불금'이라는 용어가 새로 생겼다. 직장인들이 진정한 불금을 누리려면 근로환경 개선과 제도 변화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더 필요해 보인다. '칼퇴'나 '강퇴'라는 말이 오히려 어색해지는 직장 환경은 언제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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