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헌재와 특검에 대한 비이성적 협박은 엄중한 범법 행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찬반 양측의 대립 구도가 마주 달리는 폭주 기관차 양상을 띠고 있다. 문제는 정치적 증오가 지나친 나머지 헌법'법률기관 주요 인사나 정치적 반대 진영에 대한 협박 및 테러 위협성 발언이 연일 돌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탄핵심판이 임박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의사 표출에 나서는 쪽은 탄핵 반대 진영이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측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양측(촛불과 태극기) 집회가 정면충돌해 아스팔트 길이 피로 덮일 것"이라는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의 발언을 인터넷에 실었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압박 전략의 일환이겠지만 표현이 과격하고 정도가 지나쳤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인터넷 카페에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협박글을 올렸다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압박감을 느낀 20대 남성이 자수하는 등 해프닝이 있었다. 또한 이 카페 자유게시판에는 박영수 특별검사 및 특검 수뇌부를 향해서도 "밤에 숨어있다 오함마" "늦은밤 벽돌들고 뒤통수를" 등의 위협성 글과 댓글이 게시됐고, 심지어 한 극우단체 대화방에는 "청년 암살 살수단을 모집한다"는 글까지 올랐다. 결국 헌법재판소와 특별검사팀이 근접 경호 및 신변보호 경호를 요청함에 따라 경찰도 이들에 대한 신변보호 강화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정치적 신념을 누구나 자유로이 표출할 수 있다지만, 지켜야 할 룰과 금기(禁忌)가 엄연히 존재한다. 정치적 반대 진영이나 헌법 및 법률기관 인사를 대상으로 테러를 운운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는 없으며 실정법으로도 엄중한 범법 행위이다.

과격한 행동과 발언은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적 신념이나 정치인의 미래에도 그 어떤 도움도 안 된다. 21세기를 맞은 대한민국에서 '백색 테러'를 걱정해야 하는 현 시국이 우려스럽다. 탄핵 찬반 양측 할 것 없이 지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차분히 지켜보고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할 때다. 모두가 이성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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