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대구와 부산, 그 차이는?

대구와 부산. 가깝고도 먼, 미묘한 관계다. 같은 경상도여서 뭔가 동질감이 있을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국책사업이나 경제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으니 감정의 골이 자꾸 패는 듯하다.

지난해 대구와 부산은 영남권 신공항을 두고 충돌했으나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났다. 부산의 판정승이었다. 반면, 대구는 'K2'대구공항 통합 이전'이라는 다소 황당한 결과물을 얻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 민심을 달래기 위해 내려준 것이 이전터를 팔아 그 비용으로 공항을 옮기라는 결정이었다. 군공항이전특별법에 따른 '기부 대 양여' 방식이어서 한 푼의 국비 지원도 없다. 대구로서는 하늘길을 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이를 수용했지만, 그 과정은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천문학적인 이전 비용 7조2천5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전터를 아파트'상가 부지로 팔아야 하고, 건설비 선(先)조달을 위해 대구시의 지급보증까지 필요해 잘못하다간 대구 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 정권을 창출해놓고도 혜택은커녕 이런 대접을 받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지만, 대구 사람의 정서가 워낙 합리적(?)이다 보니 그냥 넘어갔다. 여전히 '법에 따라야 한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들먹이며 자위하는 분위기를 보이니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이성적이라고 해야 할지, 바보스럽다고 해야 할지 모를 정도다.

부산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대구 통합 신공항 건설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구의 통합 신공항을 김해 신공항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유력 일간지는 2월 24일 자에 대구의 통합 신공항 건설에 대한 기사를 1, 3면에 걸쳐 크게 보도했다. 기사 제목부터 '김해' 대신 대구 신공항,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뽑았다. 기사는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을 결정해놓고, 대구의 통합 신공항을 크게 지으려고 하니 정부에게 속았다'는 내용이다. 대구'경북에는 신공항이 필요 없으며,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언론계에서 사용하는 속어 가운데 과장'뻥튀기를 뜻하는 '초를 치다'라는 말이 있다. 여론을 몰고 가거나 결론을 정해놓은 경우에 가끔씩 쓰는데, 위의 사례는 '초 치는 기사'의 전형이 아닐까 싶다. 향토애의 발로에서 쓴 기사이기에 뭐라고 비판하기 힘들지만, 이 기사에서 꿰뚫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부산 사람들의 정서와 기질이다. 부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시선이나 체면은 아랑곳하지 않고 돌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한 프로야구 해설자는 대구 사람과 부산 사람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야구장에 가면 기질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대구 사람은 군데군데 떨어져 앉아 차분하게 응원하지만, 부산 사람은 신문지'비닐봉지 같은 도구를 이용해 집단적으로 화끈하게 응원한다." 대구 사람은 명분을 내세우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뚜렷하지만, 부산 사람들은 실리를 앞세우고 집단적인 성향이 강하다. 내륙문화와 해양문화의 차이일 수 있지만, 이런 성향끼리 부딪히면 누가 이길지는 불 보듯 뻔하다. 언제나 싸움을 시작하는 쪽도, 이기는 쪽도 부산이다. 기백과 투지 면에서 부산이 대구를 압도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삼성자동차, 1996년 위천국가산업단지, 2016년 영남권 신공항 갈등의 결과물이 이를 잘 보여준다.

요즘 대구 통합 신공항을 방해하는 부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권이 바뀌면 부산의 요구대로 통합 신공항이 '동네 공항'으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두 도시가 다퉈봤자 일시적인 이득은 챙길지 모르지만, 국가의 미래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제2, 제3의 도시가 힘 모아 수도권 비대화에 대항해도 모자랄 판에 '치킨게임'이나 벌이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이럴 바에는 대구와 부산은 서로에게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길만 묵묵히 가는 것이 최선이다. 부산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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