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醫窓] 봄 그리고 새로운 시작

입춘이 지나고도 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싶더니 어느새 또 봄이 왔다. 곧 꽃망울을 터트릴 듯한 목련 사진을 SNS로 보내준 친구 덕분에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병원 맞은편 의과대학 교정에 들러 잠시 봄을 보았다. 아직 오래 앉아 있기엔 쌀쌀한 날씨지만 봄은 눈으로 먼저 다가오는 듯하다.

우리말 '봄'의 어원에 대해 어떤 이는 '불'(火)에 근원을 둔다고 한다. 불의 옛말 '블'(火)과 오다의 명사형 '옴'(來)이 합쳐져서 따뜻한 불의 온기가 다가옴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또 '보다'(見)라는 동사의 명사형 '봄'에서 온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봄을 눈으로 먼저 즐긴 필자에겐 후자가 더 와 닿는 설명인 것 같다.

봄은 시작의 계절이다. 입학과 신학기는 많은 학생들에게 설렘 또는 기대로 다가온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분명 있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해 다양한 심리적 또는 신체적 증상들을 호소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가벼운 불안이나 걱정이 대부분이지만 불안과 우울,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이 나타나거나, 떼쓰기, 반항, 행동이 느려짐 등의 증상도 보일 수 있다. 잦은 복통과 메스꺼움, 설사, 변비,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불안해하는 자녀에겐 부모의 위로와 공감이 도움될 수 있다. "네가 힘들다고 하니까 엄마도 마음이 아프다. 많이 힘들겠구나"라는 위로와 공감 뒤에 "엄마가 너를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마. 조금 지나면 나아질 거야"라는 지지와 긍정적인 암시가 따르는 것이 좋다.

공부와 시험에 나름 자신이 있다는 의대생도 의예과에서 본과 1학년이 되면 엄청나게 늘어난 공부 량과 시험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학생들 중에는 휴학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대학 신입생들에겐 오리엔테이션이나 MT라는 산도 있다. 교수 입장에서는 더욱 무서운 게 신입생 환영행사들이다. 교수, 선배와 알아가며 적응에 도움을 주려는 행사들이 자칫 악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음으로 인한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성폭력 문제인 경우도 있다. 이따금 사망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를 보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술은 모든 사람이 똑같은 양을 마실 수 있는 게 아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젊은이보다는 노인이 술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또한 술은 정신력으로 이길 수 없다. 급성 알코올 중독은 몸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하게 술을 마셨을 때 일어난다. 술은 대뇌의 통제 기능을 억제해 흥분하거나 공격성을 드러내게 할 수 있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호흡과 심장 기능까지 억제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봄은 만물이 새로 시작하는 시기다. 시작은 어렵고 힘들지만, 희망차다. 청춘들이여, 잘 적응하고 마음껏 즐겨라. 술만 너무 즐기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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