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이한 행동 반복하는'틱장애'…야단치면 더 심해져요

눈은 깜빡깜빡, 코는 킁킁 킁킁, 얼굴은 씰룩씰룩…

초등학교 2학년인 김모(9) 군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깜빡거리는 버릇이 있었다. 처음에는 속눈썹이 눈을 찌르는 줄 알고 1년간 안과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김 군은 눈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무의식 중에 흔들기 시작한 뒤에야 '틱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 군의 어머니는 "아이의 행동을 지적하고 야단도 쳐봤지만 효과가 없었다"면서 "혹시 학교에서 친구들이 놀리거나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틱장애나 뚜렛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얼굴이나 목, 어깨 등을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아이가 눈에 보이는 특이한 행동을 반복하는 탓에 부모의 불안이 커지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틱장애 또는 뚜렛장애가 지속되면 학습을 방해하고 또래와 관계 형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되기도 한다.

◆틱 증상 자체보다는 ADHD, 강박장애 더 주의해야

#뇌 기능 이상에 따른 운동장애…놀림받기 쉬워 심리적 상처될 수도

틱장애는 운동틱과 음성틱으로 구분되며 신체 어느 부위에나 생길 수 있다. 운동틱은 눈을 깜빡이거나 머리 또는 손을 흔들기도 하고 제자리에서 뛰거나 외설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음성틱은 킁킁거리거나 가래를 뱉는 소리, 빠는 소리를 내는 경우 등이 많다. 상황과 맞지 않는 단어를 말하거나 욕설을 뱉고 남의 말을 따라하는 복합 음성틱도 있다. 여러 증상을 동시에 보이거나 신체 부위를 옮겨가며 나타나기도 한다. 이상 행동을 본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창피를 주거나 혼을 내면 오히려 증상이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

틱장애는 3~8세에 시작돼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다가 10~12세에 최고조에 이른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점차 나아져 성인이 되면 60~80%는 증상이 거의 사라진다. 한 가지 증상만 보이는 틱장애라면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복합적인 틱장애가 1년 이상 지속된다면 뚜렛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뚜렛장애는 방치할 경우 경과가 나빠져 성인이 돼서도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틱장애의 원인은 뇌의 기능적 이상에 따른 운동장애다. 아동기에는 뇌의 기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탓이다. 특히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뇌신경 각 부위의 상호작용에 혼란을 일으켜 운동장애나 감정적인 증상을 야기한다.

정신적 문제가 동반되기도 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강박장애가 흔하게 올 수 있다. 틱 증상이 심한 정도보다는 ADHD, 강박장애, 충동조절장애 등과 같은 정신의학적 문제가 틱장애의 치료 경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틱 증상의 불편함보다는 심리'정서적 문제가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특히 틱장애를 가진 아이는 또래들의 놀림을 받거나 다투기 쉽다. 이 때문에 교우 관계가 나빠지거나 피해 의식이 생겨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치료 지속할 수 있도록 부모의 공감과 격려 중요

#약물치료·심리치료 병행해야…스스로 이완 훈련 반복하면 증상 완화

틱장애는 뇌기능 이상이 원인이므로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틱 증상을 치료하는 데에는 주로 도파민 억제제가 사용된다. 틱 증상을 단순한 스트레스 때문으로 보고 스트레스 관리를 하거나 놀이치료만 해서는 틱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 우선 약물치료를 하면서 틱 증상을 악화시키는 스트레스나 불안을 줄이는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행동치료도 도움이 된다. 습관 역전 훈련(HRT)과 노출 및 반응방지 훈련(ERP) 등이 대표적이다. 습관 역전 훈련은 틱과 관련 없는 근육에 긴장을 가해 틱을 할 수 없도록 하는 훈련이다. 가령 음성틱이 심하다면 입을 다물고 코로 천천히 호흡하는 식이다. 이는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약물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 주로 활용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훈련을 시켜도 치료 동기가 약하기 때문에 연습을 소홀히 해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성인이 돼서도 틱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습관 역전 훈련이나 이완 훈련을 스스로 반복하면서 증상을 낫게 할 수 있다.

틱장애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아이에게 틱장애를 이해시키기보다는 더 이상 불편하지 않으려고 치료를 한다며 아이를 설득하는 것이 낫다. 가령 아이가 머리를 흔들며 책을 본다면 "약을 먹으면 집중이 잘될 거야"라며 격려하는 식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라면 틱 증상에 대해 아이 자신도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부모의 설명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치료 초기에 아이가 약물치료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잘 설득하는 것이 좋다.

정재훈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부모가 눈에 보이는 아이의 증상에 일희일비하며 혼을 내서는 안 된다"면서 "아이가 힘들 때는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부모의 믿음직스러운 태도와 공감하고 격려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정재훈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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