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은 끝없는 불황…가계는 지갑 닫아

차 부품업체 1년새 매출 20% 떨어져 '최악'…40대 가구 소비 감소율 금융위기 때 수준

#대구 성서공단의 자동차부품업체인 A사는 설립 15년 만에 최악의 불경기를 체감하고 있다. 자동차 변속기 부품을 대기업에 납품하는 이 업체는 '1차 협력업체'인데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0% 떨어졌다. 이 회사 대표는 "3월부터 불경기 징후가 더 뚜렷해질 거라는 주위의 우려가 많다. 올해 매출은 작년만큼만 해도 감지덕지일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최모(43) 씨는 작년 10월쯤 중소기업을 퇴사하고 대구 시내에 건강식품점을 개업했다. '불경기에 웬 자영업이냐'며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전 직장은 경영 악화로 앞날이 불안했다. 최 씨는 "한동안 지인 대상으로 매상이 발생했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다. 수입이 확 주는 바람에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보험도 해약했다"고 했다.

3월 들어 봄날이 시작됐지만 기업과 가계는 한겨울이다.

꽁꽁 얼어붙은 기업 심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가계는 소득 위축이 깊어지면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2월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 따르면 3월 전망치는 92.1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94.8 이후 10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회복하지 못했다. BSI 전망치가 100에 못 미치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업종별로는 경공업 경우 섬유'의복'가죽'신발, 중화학공업은 자동차'트레일러'기타 운송 장비가 부진할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 한 전자부품 업체 관계자는 "과거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조립 일감은 인건비가 싼 동남아시아 국가의 현지 기업으로 옮겨갔고 나머지 절반을 담당하던 부품 제조 일감 역시 본사의 직접 제조 물량이 늘어난 탓에 반 토막 난 상황이다. 2, 3년 내에 자체 사업을 마련해서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내수 주도층인 40대 가구의 소득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소비 절벽'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주 연령이 40∼49세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00만5천원으로 전년보다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 증가 폭(2.8%)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다.

40대 가구는 지난해 기준 월평균 소비 지출이 308만원으로 전 연령대 가구 중 가장 많다. 이처럼 40대 가구는 20, 30대나 50, 60대에 비해 소득이 안정적인데도 지난해 4분기 경우 40대 가구의 소비 지출은 1년 전보다 2.7% 줄어들었다. 40대 가구의 소비 지출 감소 폭은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1분기 3.2% 줄어든 이후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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