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평화의 소녀상 3·1절 제막] 삼자대면 끝에 타결…공원 내 설치 장소는 난제

추진위는 동성로 광장 요구 중구청은 조형물 설치 불허

대구 평화의 소녀상 설립 장소를 두고 물리적 충돌 가능성마저 제기되던 대구시와 시민단체가 1일 2'28기념중앙공원(이하 2'28공원)에서 제막식을 열기로 합의했다. 대구시가 28일 오전에 내놓은 중재안을 대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받아들이면서 3'1절을 앞두고 극적 타결이 이뤄졌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일단 2'28공원 입구 서편 인도에 임시 도로점용허가를 내주고 추후 행정절차를 거쳐 영구 사용 인가를 낼 예정이다.

◆2'28공원 입구 인도에 소녀상 설치

대구시와 추진위는 1일 오후 6시 2'28공원 입구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열기로 결정했다. 앞서 오전 11시에 소녀상을 임시 설치하고, 오후 4시에는 문화제를 연다.

대구시에 따르면 소녀상은 2'28공원 입구 인도에 설치될 예정이다. 도시공원 심의 등 각종 행정절차로 인해 2'28공원 내부에는 당장 소녀상을 설치하기가 어려운 탓에 공원과 인접한 인도에 소녀상을 세우고, 중구청이 임시 도로점용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임시 설치 기간 동안 대구시는 관련 행정절차 등을 2개월 안에 해결하기로 추진위에 약속했다. 대구시와 추진위는 28일 오후 4시쯤 중구청에서 만나 세부사항을 협의한 뒤 이 같은 내용을 확정했다.

◆평화의 소녀상 둘러싸고 물리적 충돌할 뻔

대구 평화의 소녀상 3'1절 제막식은 무산 위기까지 몰렸다. 지난달 27일 열린 대구시와 중구청, 추진위 간 최종 면담에서조차 제막식 장소를 두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의에서 추진위는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을 강하게 요구해온 데서 한발 물러나 2'28공원에서 제막식을 열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대구시에 요청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조형물설치심의위원회 등 각종 행정절차를 밟는 데 최소 3개월 이상 걸리고 전문가 그룹의 판단도 필요하다고 맞섰다.

3'1절 제막식을 공언해온 추진위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 2'28공원이 어렵다면 중구 동성로 한일CGV 앞 광장에서 제막식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중부경찰서에 집회 신고까지 냈다. 이에 따라 대구시와 추진위의 대치 속에 소녀상을 둘러싼 물리적 충돌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중구청은 사전 승인 없이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불법인 만큼 허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었다. 동성로 상인들도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위 vs 법 강조…합리적 대안 도출 실패

대구시의 막판 중재를 통해 3'1절 제막식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양측의 갈등이 확대된 원인에 대한 문제 제기도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추진위와 중구청이 서로의 입장만 내세운 바람에 합리적인 대안 마련이 늦어졌다고 지적한다.

대구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해 8월 남구 대명동 대구여자상업고등학교 안 공원에 처음 설립됐다. 그러나 장소를 두고 설립 의미에 대한 논란과 접근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시민들에게 외면받았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범한 추진위는 미래 세대가 소녀상을 보며 여성의 인권과 평화의 의미를 떠올릴 수 있는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이 아니면 안 된다는 당위만 강조해오다 지난달 25일에야 한발 물러나 2'28공원 등 다른 대안들을 검토했다.

중구청 역시 도로법 시행령 55조를 내세워 추진위의 주장을 외면한 채 대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중구청은 도로법을 근거로 민간단체가 설치할 소녀상은 도로점용허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설명만 반복했고, 추진위를 설득하기 위한 다른 자료나 데이터 등을 제시한 바 없기 때문이다.

◆남은 과제와 의미

소녀상 설치 이후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다. 2'28공원에 설치(본지 2월 25일 자 1면 보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는 등 아직 협의할 기관과 단체들이 남아 있어서다. 기념사업회가 동의한다고 해도 공원 내 구체적인 설치 장소 등은 또 다른 난제로 꼽힌다. 대구시 관계자는 "권영진 대구시장의 전향적 판단으로 이번 합의안이 도출된 만큼 최대한 빨리 모든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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