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옛 대구선 주변 매력 덩어리들

칙칙 폭폭 소리 대신 여유와 낭만이 달린다

동구 입석동 932번지 일대 옹기종기행복마을.만화 캐릭터 등 벽화가 곳곳에 그려져 있어 활기찬 마을로 변했다.
동구 입석동 932번지 일대 옹기종기행복마을.만화 캐릭터 등 벽화가 곳곳에 그려져 있어 활기찬 마을로 변했다.
아양기찻길 중앙구조물 내 갤러리.
아양기찻길 중앙구조물 내 갤러리.
철새들의 낙원 안심습지.
철새들의 낙원 안심습지.

철(鐵) 지난 길 위에서 봄이 올라왔다. 철로와 부목, 자갈이 있던 땅이 공원으로 바뀌면서 풀과 나무가 자랐다. 햇빛 쪽으로 잎을 틔우고, 땅속으로 실핏줄 같은 뿌리를 뻗었다. 정책이 더해졌다. 옛것을 비우고 볼거리를 채웠다. 도시재생의 모범이 될 만한 환경이 조성됐다. 폐철교를 재활용한 아양기찻길, 낮고 낡은 주택가에 색을 더한 옹기종기행복마을, 낙후된 농촌에 생기를 불어넣은 안심창조밸리 등 매력 덩어리들 덕분이다.

중앙구조물 내 카페'갤러리 조성…발아래 금호강 '아찔'

●아양기찻길=8개월간의 공사 끝에 2014년 12월 개통됐다. 427㎡의 중앙구조물과 교량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중앙구조물 내에는 카페와 갤러리가 조성돼 있다. 카페는 2곳으로 각각 70여㎡ 규모다. 연간 임대료는 합쳐서 1억4천만원 수준이고, 입찰 때 3대 1의 경쟁을 거칠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바닥은 폐침목을 활용했다. 유리를 통해 발아래 금호강을 보는 재미가 있다.

애초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폐철교를 없애려 했지만, 동구청은 폐철교의 역사적 가치를 눈여겨봤다. 문제는 안전성이었다. 구조안전성이 D등급으로 나왔다. 긴급 보수가 필요한 상태였다. 우선 구청은 8억원을 들여 구조보강공사를 했다. 이후 다중이용시설 규모를 줄여 부산국토청을 거듭 설득했다. 노력 끝에 하천점용허가가 떨어졌다. 설계는 서울대 백명진 시각디자인학부 교수에게 협조를 구했다. 대구신세계가 53억원의 건축비를 내면서 예산 문제도 해결했다. 없어질 위기의 폐철교가 아양기찻길로 재탄생되면서 현재는 주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1주일간 조사 결과 통행 인원이 평일(5일)과 주말(2일)에 각각 1만2천 명과 5천400명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약 2천500명이 다녀간 셈이다.

이옥희(52'지저동) 씨는 "예전에는 건너편 동네로 가려면 한참을 둘러갔는데 지금은 아양기찻길로 가면 동서시장으로 곧장 갈 수 있어 편하다"며 "지저분한 철길 주변도 공원으로 조성돼 깔끔해졌고 야경이 아름다워 산책하기에 아주 좋다"고 말했다.

동구 입석동 일대 벽화 알록달록 …골목 곳곳에 화분 옹기종기

●옹기종기행복마을=낡은 집을 밀어버리는 개발이 능사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주민이 있다. 서로 이웃이다. 옹기종기행복마을은 그들의 삶터를 유지하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공동체의 복원에 가치를 둔 것이다.

동구청은 2013, 2014년 두 해에 걸쳐 환경개선에 나섰다. 1970년대 새마을사업으로 형성됐던 동구 입석동 932번지 일대에 벽화를 그렸다. 78가구가 참여했다. 1억원을 들여 그림을 그린 벽 면적이 2천300㎡에 달한다. 금이 가고 물때와 곰팡이가 얼룩진 벽이 화사하게 바뀌었다. 노랑'파랑'분홍 등 천연색으로 골목 분위기가 밝아졌다. 대구선공원 방향 벽은 전체를 하나의 기찻길 풍경으로 꾸몄다. 골목 안은 색과 선으로 집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게 했다. 만화 캐릭터를 구석구석 그려 생동감을 더했다.

화분도 집집이 나눠줬다. 집 앞과 골목 곳곳에 화분을 놓았다. 화분 겉면을 원색으로 칠해 벽화와 조화를 이루게 했다. 화단을 만들어 꽃나무도 심었다. 대구선공원 바닥에는 입체감이 느껴지는 철로를 그렸다.

15년 동안 동촌동에서 살아온 유남순(59) 씨는 "봄철 벚꽃과 장미가 피면 동네 전체가 예쁘고 아담한 분위기가 된다. 주말에도 벽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관광버스를 이끌고 중국인들이 찾아오기도 한다"고 했다.

관광객이 많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한다. 낯선 사람들이 집 앞을 오가면서 생활에도 방해가 된다. 마당의 개가 짖어대는 통에 시끄럽다.

연꽃'갈대 어우러진 둘레길, 철새들의 안식처 안심습지 품어

●안심창조밸리=대구선공원의 화룡점정이다. 동구 괴전'금강동 일대 쉼터(1.1㎢)이다. 연꽃과 갈대로 운치가 있는 둘레길이 조성된다. 걸으며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생태휴양지다. 유유히 흐르는 금호강과 철새들의 안식처인 안심습지가 어우러졌다. 물새가 몰려드는 점새늪과 가남지도 품고 있다.

과거 도로변 주'정차와 방치된 나대지, 폐수와 쓰레기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구청은 2013년 국토교통부의 '도시활력증진 지역개발사업 공모'에 신청해 선정됐다. 이듬해 7월 설계에 들어갔고, 주민을 중심으로 한 추진협의회와 자문위원회를 꾸려 밑그림을 그렸다. 2015년 공사를 시작해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87억원을 들인 안심창조밸리는 간선 코스(6.03㎞)와 굴곡진 지선 코스(7.01㎞)로 구성돼 있다. 점새늪에 정자를 세워 경치를 감상케 한다. 가남지에도 전망대를 설치하고, 연꽃섬을 만든다. 도시철도 안심역은 예술 조형물로 꾸민 광장형 공원을 만든다. 2008년 폐쇄된 대구선 금강역에는 열차 카페가 들어선다. 신서타운 테마거리엔 녹지 쉼터가, 금강동 행복마을에는 자전거 카페와 터널 쉼터 등이 조성된다.

변헌 동구청 도시디자인과장은 "강과 못, 늪 등 자연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이전을 끝낸 혁신도시, 미래 산업의 전초기지인 첨단의료복합단지 등과 어우러진 휴양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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