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주년 3'1절이었던 1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광장 주변은 하루 종일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핏발 선 눈길이 주장을 달리하는 쪽을 노려봤고, 반대편을 향한 분노의 외침 역시 청와대 뒤편 북악산을 무너뜨릴 기세로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양 진영이 탄핵심판 결과를 계기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광장 대결을 거둬들이고 나라의 앞날을 위해 대통합의 길로 나서야 한다는 독립유공자 단체들의 간곡한 호소도 이어졌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국민들과 기각을 주장하고 나선 사람들의 초대형 집회가 경찰버스 방호막을 사이에 두고 같은 장소에서 맞섰다.
시동은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친박근혜) 단체가 걸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대로 네거리 일대에서 '제15차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탄기국은 이날 발표한 '3'1절 선언문'에서 "일제보다 참혹한 불의로 무장한 세력이 단돈 1원도 받지 않은 대통령을 탄핵해 태극기를 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의와 거짓과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 피로써 정의와 진실을 지킬 것, 하나뿐인 목숨을 건다고 후회하지 않을 것, 태극기를 수의 삼아 자신 있게 잠들 수 있음과 최후의 승리가 있음을 선언한다"고 했다.
태극기집회에 맞선 '촛불 민심'도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 인용 만세!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최영준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박근혜는 최후변론에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왜곡 보도와 촛불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됐다고 항변했다"며 "1천만 촛불과 이를 지지하는 시민이 있었기에 탄핵 인용을 앞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퇴진행동은 탄핵심판 선고까지 이달 4일과 11일 주말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들은 만약 탄핵이 기각될 경우 민주노총은 총파업, 농민단체는 농기계 시위, 학생들은 동맹휴업을 조직하는 등 강력한 항의 행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양 집회와 관련, 3'1절의 주역인 독립유공자 단체들은 일제히 한목소리를 내면서 "선조들이 피 흘려 세운 이 나라를 더 이상 전쟁터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독립유공자유족회 등 120여 개 단체가 참여한 '3'1절 민족공동행사준비위원회'는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세운동의 날인 오늘, 광화문광장은 대결을 앞둔 전쟁터가 됐다. 이제는 서로 존중하며 대통합의 길로 가야 하며 이것이 3'1운동 정신을 이어 받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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