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 대통령감, 능력 증명할 때

3월이다. 3월이 떠올리는 것들은 많겠지만, 대표 단어는 '봄'인 것 같다. 입춘이 봄의 신호라면, 모레 경칩(5일)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실질적인 봄의 시작점이다. 한난(寒暖)이 반복되다가도 너른 들과 마른 가지에 새싹과 새순이 돋으며 봄을 완성하게 된다.

3월은 늘 이런 기대와 설렘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올해 3월은 근심을 잔뜩 진 채 다가오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진절머리 나는 혼란이 법적으로 끝맺음하는 것이나, 지금 시점에선 탄핵 정국 종료의 기대감보다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앞선다.

3월의 첫날이자, 대한민국 건국정신'헌법정신의 뿌리가 된 3'1독립운동을 기념하고 한마음으로 순국선열을 추념해야 하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완충지대 없이 박 대통령 탄핵 찬반 대규모 집회로 민심이 충돌했다. 박 대통령 탄핵 인용을 요구하는 '촛불'과, 이에 반대하는 '태극기' 세력으로 양분된 광장의 갈등은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이대로라면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한쪽은 더 거세게 광장으로 뛰쳐나올 게 뻔하다.

나라가 '두 동강' 날 일촉즉발의 위기지만 나서는 이가 없다.

화해와 통합을 위해선 정치의 힘이 발휘돼야 하지만, 정치권은 다가올 대통령 선거에만 매달려 사생결단식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

안 되겠다 여겼는지, 3'1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치권에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광장을 메우는 것은 결국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부끄러워해야 한다. 광장의 에너지를 온전히 정치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우리 정치의 책임이자, 의무다"라고 했으나 귀를 닫은 정치인들은 광장으로 달려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도 3'1절 기념식 기념식사에서 국론 분열, 사회 갈등 확대를 우려하며 화합과 통합, 조화와 균형을 호소했으나 듣는 이가 없었다.

대권을 향해 달려가는 주자마다, 자신이야말로 이 혼란을 끝내고 대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리더라고 말한다.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남은 열흘 안팎의 시간은 혼란을 극복하고 통합하는 준비를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대선주자들은 자신이 '대통령감'이라면 그 능력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열흘 후의 미래도 준비 못 하는 대선주자에게 어떻게 5년을 맡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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