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2시쯤 대구염색산업단지(이하 염색산단)의 A염색업체. 2인 1조로 구성된 대구 서구청 환경청소과 점검반이 유해물질 노출 방지를 위해 장갑을 끼고 점검에 나섰다.
이들과 함께 한창 분주한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염색산단 인근에서 맡을 수 있는 고무 타는 듯한 냄새와는 조금 달랐다. 진한 오렌지향 같은 공장 내부 냄새의 원인은 주로 염료와 화학약품 때문이었다.
염색산단 인근과 공장 내부 냄새가 다른 것은 섬유 공정 과정에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염색산단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는 텐터 기계(tenter'건조기) 다림질 과정에서 발생한다. 각종 염료와 화학약품, 물이 뒤섞인 천이 고열에 노출되며 나오는 수증기가 공장 내부의 파이프를 통해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공장 내부는 염료와 화학약품 냄새로, 외부는 약품이 고열에 증발한 냄새로 가득했다.
굴뚝 위에 올라가자 악취와 유해물질 차단을 위한 집진기가 설치돼 있었다. 집진기는 염색산단 내 120여 업체 모두가 설치하고 있지만 악취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은 팽배한 상태다. 업체 관계자는 "집진기는 전기식, 활성탄식 등 종류가 다양한데, 악취 저감 효과가 가장 큰 전기식 집진기는 대당 설치비용이 2억5천만원이 넘어 전체 업체 중 10% 정도만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폴리에스터 섬유를 주로 가공하는 B업체 공장 내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B업체는 약품으로 섬유를 씻어내는 정련작업과 염색작업을 하지 않고 텐터기로 섬유를 다리는 작업만 주로 하는 덕분에 앞서 점검한 A업체에 비해 공장 내부 냄새가 덜했다. 점검반원은 "텐터기에서 나오는 연기가 통과하는 파이프는 주기적으로 세척해야 한다. 특히 폴리에스터 섬유의 경우 기름기가 많아 파이프를 제때 청소하지 않으면 악취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장 한쪽에 있던 커다란 대야에는 세척 후 남은 진한 갈색 기름이 굳은 채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날 점검반이 확인한 업체는 두 곳이었다. 위반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점검반은 공장 내부 기계와 집진기 등을 점검하고 대기배출시설 설치 허가증 등 각종 서류를 확인한 후 철저한 관리를 당부하면서 자리를 떴다. 동행했던 염색산단관리공단 관계자는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서는 집진기 교체 비용의 최대 60%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지만 대구는 저금리 대출 지원뿐"이라며 "지방자치단체 지원이 늘면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구청은 이날 단속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서구 내 환경오염물질 배출업소 지도점검을 실시한다. 서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구청에 구축한 대기정보 시스템과 연계해 환경오염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사업장은 24시간 집중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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