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중 악재에 고전, 대구 기업] 높아진 트럼프 관세 장벽…거세진 중국 보복 공세

미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한국산 철강제품인 인동(Phosphor Copper)에 대해 예비판정의 2배가 넘는 반덤핑 관세를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 현지 철강업체가 미국 정부에 신고한 내용에 따른 것으로 새 정부 출범 전 조사가 시작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직접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한국산 철강제품인 인동(Phosphor Copper)에 대해 예비판정의 2배가 넘는 반덤핑 관세를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 현지 철강업체가 미국 정부에 신고한 내용에 따른 것으로 새 정부 출범 전 조사가 시작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직접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뉴스
베이징의 한 식당에
베이징의 한 식당에 '한국 손님 거부' 안내문이 나붙어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 수출기업들이 글로벌 악재와 내수 불안에 따른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더해 미국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가 지역 수출업체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국정 혼란과 내수시장 위축까지 겹친 상황이어서 위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기업 현지 공장 세워 보호무역에 선제 대응…대구경북 中企는 고충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관세 장벽을 강화하는 탓에 미국으로 수출하는 업체의 고충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인천에서 구리 합금제품인 인동을 생산하는 업체 봉산에 대해 8.43%의 반덤핑 관세를 확정했다. 지난해 3월 현지 철강업체인 메탈러지컬 프로덕츠가 한국산 인동의 덤핑 수출을 주장하며 미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데 따른 미 상무부의 덤핑 조사 결과다.

다음 달 13일에는 미 ITC의 최종 판정이 예정됐다. ITC 판정에서까지 한국산 인동이 미국에 산업 피해를 입힌 것으로 판단된다면 그로부터 일주일 뒤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

이번 사례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보호주의에 따른 피해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국내 수출 업체들은 이번 사례가 미 정부의 자국기업 보호정책을 강화할 '좋은 명분'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국내 대기업들은 미국 진출을 통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엘지전자는 미국 내 신규 현지 공장을 설립해 이곳에서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기로 지난달 결정했다. 이전에는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미 대륙에 판매할 가전제품을 만들어 왔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에서 가전제품 공장 용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현지 투자를 하기 어려운 대구경북 중소 업체들은 고민이 크다. 지역 업계는 대기업들의 이번 미국 투자 결정으로 인해 대기업으로의 납품 물량이 크게는 절반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 한 전자부품 업체 관계자는 "이미 구미, 창원 소재 대기업 공장에서 내수용 부품 주문을 줄일 것이라는 소문이 나온다. 앞으로 대기업들이 가전용 부품 역시 현지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커 매출 하락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조차 '자유무역'을 지켜주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정부가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고자 자국 무역법을 강화하는 정황이 나와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최근 WTO의 규제를 피해 보호무역 정책을 본격화하고자 새 무역 법안을 만들고 있다. 무역 분쟁이 벌어졌을 때 WTO의 분쟁 조정안을 거부할 법적 논거가 마련됐으며 시장 개방을 거부하는 다른 나라 제품에 대해서는 더 높은 관세를 물린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중국 사드 보복 조치는 한시적인 이슈에 그칠 수 있다. 다만 미국은 보호무역이 신임 대통령의 주요 정책이어서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외교'정책적 문제다 보니 기업들이 대응책을 즉시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中에서 사드는 금지어" 대구 식품업체 입조심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한 불똥이 지역 경제 곳곳으로 튀고 있다.

사드 보복 공세가 거세지면서 식품'화장품업체에서 제조업체 등으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고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지역 호텔'면세점 업계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의 화장품 제조업체인 A사는 중국 측의 도를 넘는 '사드 보복' 소식에 걱정이 많다. 까다로운 통관절차와 인허가를 거쳐야 하는 화장품은 식품과 함께 대표적 사드 보복 피해 업종으로 꼽힌다. 이 업체 관계자는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의 인증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답답하다"고 했다.

대구의 식품업체인 B사는 작년 하반기 이후 사드 보복으로 약 2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중국 세관에서 제품을 통관시켜주지 않아 발생한 피해다. 이 업체 대표는 "중국 시장 개척에 5년이라는 공을 들였는데 허사가 될 판"이라며 "예정대로 거래가 성사됐을 경우까지 포함한다면 우리 회사의 손실액은 10억원은 될 것"이라고 허탈해했다. 또 "중소기업들의 드러나지 않는 피해 사례는 더욱 많을 것"이라고 했다.

식품업체인 C사는 작년 11월까지 9천만원 상당의 제품을 중국 현지에 보냈지만, 이후 재주문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현지 바이어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아 사드 배치 때문이 아닌가 추측만 할 뿐이다"며 답답해했다.

한'중 간 분위기가 얼어붙으면서 대중(對中) 수출 현장 분위기도 흉흉해지고 있다.

대구의 식품업체인 D사는 중국 현지에서 직원을 고용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D사 관계자는 "중국 공장에 출장갈 때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현지인을 자극할 만한 언행은 각별히 조심하라는 게 회사 내부지침이다. 혹 세관 쪽에 친분이 있는 중국 직원이 말을 옮기면 괜한 피해를 보지 않을까라는 게 이유"라고 했다.

사드 보복에 따른 우려는 전 업종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대구의 한 중견 자동차부품 기업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국내 완성차에 미칠 수 있다는 소식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걱정할 만한 상황이 아니지만,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전방위적인 제재로 이어지지 않을지 현지 공장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의 한 천연섬유업체는 지난달 중국 섬유전시회에 참가하고자 입국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그전에는 입국 신고서류에 '전시용 섬유제품 30개'라고만 써도 통관이 됐는데, 이번에는 공항 직원들이 가방을 열어 제품을 일일이 센 후 30개를 넘은 물량을 압수한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한국 업체라서 불이익을 겪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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