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화이트와 옐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네이비나 검정색 슈트에 블루 계열의 민무늬나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주로 맸다. 이따금 레드나 버건디 등 따뜻한 느낌의 넥타이로 변화를 주기도 했다. 이런 오바마의 옷차림은 크게 이목을 끌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은, 한마디로 단정한 느낌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눈에 확 띈다. 패션 감각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광택 나는 새틴 재질의 빨간색과 엉성한 매듭, 축 처진 넥타이 길이 등 눈에 거슬리는 옷차림 때문이다. 게다가 가벼운 색감의 네이비 슈트와 빨간 넥타이가 주종을 이뤄 비호감이라는 평가다. 1월 취임식 당시 차분한 느낌의 빨간 넥타이는 그나마 봐줄 만하다는 뒷이야기까지 나왔다.

옷 디자인과 재질, 색상은 본인 취향을 반영한다. 패션도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소나 계절, 주위와 잘 어울리면서도 개성과 품위를 잃지 않는 것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만약 지나치게 튀거나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고집이나 편협함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색은 정치사회적 기호라는 큰 힘이 작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동질과 대립, 호응 등 사회문화적 상징체계의 의미도 적지 않다. 세월호 참사에 등장한 노란색 리본이나 며칠 전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 등장한 블루리본도 그런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맞서는 시민운동의 상징 색은 '화이트'다.

이슬람 7개 국민의 입국을 금지한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맞서 미국 패션계가 인종과 종교, 성별 등 차별에 반대하는 상징으로 하얀색 '반다나'(수건)를 부각시켰다. 2월 중순 뉴욕에서 열린 캘빈 클라인 패션쇼가 대표적인 사례다. 쇼 초청자에게 손목'머리 등에 매는 하얀색 반다나를 배포했는데 '합일과 포용, 희망 그리고 배려: #tiedtogether' 문구를 새겨 반(反) 트럼프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의회 합동연설에도 화이트가 등장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 상당수가 흰색 정장 차림으로 그의 여성 비하 발언 등에 항의를 표시했다. 흰색은 미국 역사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상징하는 색이다.

3'1절 국민집회에 노란 리본을 단 태극기와 탄핵을 촉구하는 빨간 피켓, 성조기'태극기가 나란히 등장했다. 복잡한 정치 상황과 갈라진 민심이 색에 고스란히 투영된 것이다. 춘삼월은 왔지만 제각각의 색을 뛰어넘어 하나 되는 봄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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