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역사교과서 논란에 입학식도 못한 경산 문명고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의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논란으로 2일 예정된 입학식이 취소됐다. 신입생과 학부모들은 국정교과서 반대 시위를 벌였고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철회 학부모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역사교과서는 아직 신입생들에게 나눠주지 못해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교과서 논란이 당장 학생 피해로 이어질 판이다.

이번 논란의 시작은 학교 측이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하면서다. 문제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처음에는 2대 7로 반대 분위기였으나 다시 표결한 결과 5대 4로 통과된 점이다. 이렇게 표결 결과가 뒤집힌 것은 학교장의 면담과 설득 작업 때문이라는 소문이다. 대책위 측에서 위원회의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까닭이다. 학부모들은 운영위원회의 회의 결과가 공정한 토론과 심도 있는 의견 수렴을 통해 이뤄지지 않았으며 회의 규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미숙한 회의 운영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학부모와 학생들의 계속된 반대를 외면하고 강행한 것도 석연치 않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혹여 학교 당국이 특정인의 이념과 사상이나 입김에 의해 정작 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 입장을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의심을 사고도 남는다. 대책위가 대구지법에 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확정 판결 때까지 교과서 사용 중지 등을 요구하는 효력정지 및 집행정지 신청으로 강하게 반발하는 까닭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듯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의 할 일은 이제 분명하다. 소송 결과 전에 학생 피해를 막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것은 예정된 수업의 정상적인 진행이다. 이를 위한 절차가 무엇이든 학생 피해 예방에 마땅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에 관한 학부모 학생 교사 등 학교 운영 주체의 의견 수렴 역시 필요하다. 이는 서두를수록 좋다. 학교 당국의 무리하거나 오해를 살 만한 결정은 분란만 키울 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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