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수길의 경북 장터 사람들] <8>경주 안강장터 도장 파는 이동식 할아버지

젊을 적엔 '도장 기능사 자격증' 인기 좋았지…

이동식(가명) 할아버지는 50여 년 세월동안 장터에서 정성을 다해 나무 도장을 파고 있다.
이동식(가명) 할아버지는 50여 년 세월동안 장터에서 정성을 다해 나무 도장을 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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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안강읍에 서는 안강장터는 조선후기부터 장이 섰다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안강'이라는 지명은 신라시대 경덕왕이 주민들의 평안함을 기원하고 만사형통하라는 의미에서 명명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안강 장날(4'9일)에는 시골에서 농사지은 농산물을 보따리에 싸들고 버스를 타고, 또는 도보로 이동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장터 입구에 들어서면 할머니들이 골목길 양쪽으로 장 보따리를 펼쳐놓고 나란히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할머니들이 옛날의 장터풍경을 만들어 낸다.

시골맛 듬뿍 나는 안강장터에서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무 도장을 수작업으로 만들어 온 도장 장인을 만날 수 있다. 이동식(가명'79) 할아버지가 주인공이다. 할아버지의 고향은 경상남도 거창군이다. 젊은 나이에 부산으로 가면서 도장 파는 일을 시작했다. 예전에는 일상생활에서 도장을 사용할 일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도장 파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뀜에 따라 도장을 사용하는 빈도수가 줄면서 도장 파는 일도 줄었다고 한다. 그래도 장날이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모습으로 예나 지금이나 장날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장인정신으로 살아온 세월이 강산이 다섯 번이나 변할 정도가 됐다.

도장 기능사 자격증을 소유한 이 할아버지는 왕년에는 일본에서 도장 파는 일을 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분이다. 예전에 경기가 좋을 때는 울산, 구룡포, 포항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을 했다. 요즘에는 몸이 안 따라주고 팔림새도 별로 없어 경주장터와 안강장터에서만 도장 파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30대 초반부터 도장 파는 일에만 전념해 온 이 할아버지는 안강장터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이다. 어쩌다 몸이 안 좋아 장을 쉬게 되면 손님들이 안부전화를 할 정도로 정(情)을 쌓고 살았다.

나무 도장을 하나 손으로 파는 시간은 2, 3분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요즘에는 찾아오는 손님이 줄어 하루에 5, 6개 정도의 도장을 파고 있다. '가물에 콩 나듯'한 팔림새다. 그래도 이 할아버지는 "건강하게 장날에 나와 앉아 단골손님들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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