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마지막 열쇠는 박 대통령에게 있다

서울공고·경희대(법대)·미국 사우스웨스턴 로스쿨 졸업. 전 미 연방 변호사. 현 KBS1 라디오 공감토론 진행자
서울공고·경희대(법대)·미국 사우스웨스턴 로스쿨 졸업. 전 미 연방 변호사. 현 KBS1 라디오 공감토론 진행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탄핵으로 물러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지, 탄핵소추가 기각된 두 번째 대통령이 될지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이 곧 결정된다. 이달 9일 혹은 10일로 예상되는 선고일까지 짧은 기간이지만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다. 탄핵 선고 전 전격 하야할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그 같은 결단을 촉구하는 의견도 여전하다. 인용이든 기각이든 끝장을 보는 경우 너무나 큰 파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할 경우 정치적 해법 모색을 기대하는 면도 있다. 물론 자진해서 대통령직을 물러나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 그렇다고 현재 국면에서의 하야가 난마처럼 얽힌 사태의 순조로운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도 탄핵당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박 대통령이다. 하야한다 해서 혼란이 수습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탄핵심판 진행 중 하야할 경우 탄핵심판을 중지해야 하는지, 각하해야 하는지, 끝까지 심판을 진행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실익도 별로 없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처럼 탄핵 의결 전 하야했을 경우 국익을 위해 사법처리를 면제하자는 후임 대통령의 호소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서울 광화문 광장과 대한문 앞 광장에 각각 집결한 사람들의 숫자는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헌재에서 어떤 결론이 나든 '촛불'과 '태극기'가 한바탕 충돌하는 코스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기각될 경우 '혁명'을, 인용될 경우 '내전'을 공언하는 양 진영이 상대를 향한 증오심을 표출하면서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혼란을 수습할 일차적 책임은 정치 지도자들에게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대로 이들은 광장의 세력에 편승해 정치적 이익을 취할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진영에 불리한 결론이 나왔을 경우 이를 받아들이자고 설득할 용기와 역량이 있을 리 없다. 오히려 그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정치적 주가를 올리려 노력할 것이다. 오로지 한쪽 편에 서 온 마당에 다른 진영에 속한 국민을 설득할 정치적 자산은 더더욱 없다. 예컨대 탄핵이 인용된다면 야당 지도자들이 탄핵 반대 세력의 자제를 호소할 힘이 있겠는가 말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마지막이지만 박 대통령의 애국심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성급한 예측은 금물이지만 만약 탄핵이 인용된다면 박 대통령이 직접 이른바 태극기 세력을 설득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헌재 최후진술에서 "주변을 제대로 살피고 관리하지 못한 불찰로 국민들의 마음을 상하게 해 드린 점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고 했다.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오든,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위해 갈라진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는 다짐도 한 바 있다. 그 같은 심정으로 탄핵 반대에 나선 국민들이 헌재의 결론을 받아들이도록 호소해야 한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정치인들이나 국민 모두에게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애국심을 발휘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것은 박 대통령밖에 없다.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해결의 열쇠도 박 대통령에게 있다.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헌재에 감사하고, 그러나 혼란을 초래한 책임을 통감하며 깨끗이 직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억울한 면이 있더라도 일단 헌재에서 탄핵의 정당성을 부인한 만큼 홀가분한 마음으로 짐을 벗을 수 있다. 어떻게 기각되든 향후 정상적인 국정 운영은 어려울 것이다. 촛불 세력과 승부를 겨뤄봐야 어차피 남은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대한민국과 국민의 혼란을 막기 위해 결단을 하면 된다. 자진 하야는 그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마지막 열쇠도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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