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치졸한 사업 방해를 포함한 전방위적 경제 보복은 물론 관영 언론을 통해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주골프장에 대한 '외과적 타격'과 '준(準) 단교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외교적 무례 차원을 넘어 우리의 안보주권 행사에 대한 노골적 방해이다.
이는 사드 배치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사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방어하는 무기라는 의미를 넘어 더 근본적으로 우리가 우리의 안보를 위해 자주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됐다는 얘기다. 만약 우리가 중국의 보복에 굴복해 사드 배치를 철회하거나 연기한다면 한국의 안보주권 행사의 한계와 방법을 중국이 결정할 수 있다는 매우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꼴이 된다.
그런 점에서 사드 배치는 역설적으로 반드시 관철해야 할 과제가 됐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단호하고 슬기로운 대응은 물론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야당은 중국의 보복을 규탄한다면서도 사드 배치는 반대한다는 하나 마나 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사드 배치를 다음 정부로 넘기거나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드 배치를 다음 정부로 넘길 것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 할 분명한 이유는 제시하지 않는다. 다음 정부로 넘기면 중국이 사드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서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중국의 태도로 보아 그럴 가능성은 전무할 것이다. 사드를 반대하지 않는다면 구태여 다음 정부로 넘기면서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
다음 정부로 넘길 경우 미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의심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미동맹도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이는 중국에 한'미'일 삼각동맹에서 한국을 떼내는 최상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우리에게는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을 고리로 한 '가치 동맹'에서 벗어나 중국과의 불평등한 외교 질서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중국의 노림수다.
그런 점에서 야당은 사드 배치의 근본적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주권국이다. 지금 그것을 증명하는 길은 중국의 치졸한 보복에 굴하지 않고 사드 배치를 계획대로 완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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