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수리 5형제와 함께 읽go, 쓰go] 독서 환경 만들기

독서를 방해하는 원인이 다양하다. 약한 의지나 게으름 같은 개인적 요인도 있고, 직장 회식, 중요한 모임 같은 외부적 요인도 있다. 게다가 거실의 TV, 손안의 스마트폰 등 환경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책 읽기 좋은 집안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만, 마음만큼 쉽게 되지 않는 것이 바로 독서 환경이다. 교육과 환경을 말할 때,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도 맹모처럼 도서관 근처로 집을 옮기면,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은 맹자가 살던 그 시절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거실을 서재로 만들자?

"거실을 서재로!" 언제부터인가 흔하게 듣는 말이 되어 버렸다. 거실을 서재로 만드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큰 책장 하나에 책 150권 정도가 들어간다. 책장 하나를 꽉 채우려면 비용만 해도 100만원이 훌쩍 뛰어넘는다. 거실을 서재로 만들려면 적어도 책장 서너 개는 있어야 한다. 결국, 거실을 서재로 만들려면 상당히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과연 어떤 책으로 서재를 채워야 할까? 책장 속에 아무 책이나 꽂을 수 없기 때문이다. 평생 책을 읽으며 공부한 학자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보통 사람에게 이 일은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거실을 서재로 바꾼다는 것은 인테리어를 바꾸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이것은 바로 환경이 바뀌는 변화의 첫 단추가 된다. 결국, "거실을 당장 서재로 만들어라"는 말은 일정한 준비 기간 없이 마음만 먹는다고 해결되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TV 시청 시간 > 국어 수업 시간

TV 시청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여가활동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14년 국민 여가활동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이 매일 TV를 본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80.2%나 되었고, 1회 평균 시청 시간도 141.7분이나 되었다. 여기에는 아이들의 TV 시청도 포함되어 있다. 매일 2시간 이상의 TV 시청! 이것은 교육과정에서 국어 수업이 차지하는 시간보다 두 배 정도 더 많은 양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여긴다.

프랑스 유명 소설가인 다니엘 페낙(Daniel Pennac)의 '소설처럼'을 보면, "교육과정에서 국어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은 아주 큰 문제다. 하지만 부모 대부분은 알면서도 그냥 넘어간다"며 아이들의 TV 시청과 부모의 방관에 대해 지적했다.

여기서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이 바로 '부모의 방관'이다. 부모 대부분은 TV 시청이 아이에게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TV를 없애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도 자녀에게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공부해라, 책 읽어라."

부모는 거실에서 TV를 보며 아이에게 학습을 강요한다. 한마디로 '나는 바담 풍해도 너는 바람 풍해라'는 식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처럼 자식 농사 역시 뿌린 대로 거두는 게 당연하다. 대부분 부모는 드라마, 스포츠의 유혹 때문에 TV를 버리지 못한다. 이제 말만 하지 말고 먼저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떨까? 지금 당장 '거실을 서재'로 만들 필요는 없겠지만, TV를 치우는 것부터라도 해야 한다. 물론, TV를 치우라고 하면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애들이 TV를 못 보면, 학교생활이 안 되는데…" 하면서 아이들 핑계부터 꺼내는 사람이 있다. 필자의 집에도 초등학생이 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집에 TV를 두지 않았다. 그런 까닭인지 몰라도 아이는 TV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며, 심심해도 TV를 찾지 않는다. 처음부터 TV가 없었기 때문이다. 항상 책 보는 것이 놀이인 줄 알면서 자랐다.

TV를 없애면 바쁜 일상이 여유로워진다. 지금까지 TV 시청에 많은 시간을 빼앗겼다. 잃어버린 141분을 찾고 싶지 않은가? 매일 하루 2시간의 여유가 생긴다면, 일주일에 책 한 권은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책과 TV는 결코 어울릴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다. TV와 책을 동시에 보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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