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달라지는 특기·흥미란 삭제
진로 좀 더 심사숙고하도록 유도
교사 역할, 평가자 아닌 관찰자로
학생 역량 맞춘 공정한 평가 토대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 비중이 해마다 늘어남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준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2017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방안'은 결과 중심에서 성장과 과정 중심으로 학생부를 기록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했다. 학생의 성장과 학습 과정을 상시 관찰'평가한 누가기록 중심의 종합기록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또 주요 항목별로 기재 표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학교 및 교사별 기재 수준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개선 방향의 핵심이다. 고교생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함에 있어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사항을 살펴봤다.
◆수상경력(사전 등록된 교내대회 수상만 기재)
수상이 모호하고 상이 남발되는 문제가 대두되면서 교내에서 수상 관련 가이드 라인이 마련됐다. 연초 사전 등록된 교내대회의 수상만을 기록하도록 개선된 것이다.
이는 수상의 남발을 막고 모호한 수상을 표준화시킨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학교별로 특색 있는 대회의 신설이 줄어들고, 수상 경력을 통해 본인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약화될 우려도 함께 가지고 있다.
◆진로희망사항(학부모 진로희망 삭제, 특기 또는 흥미란 삭제)
기존과 동일하게 학생의 진로희망을 적고, 희망 사유에는 그 이유를 상세히 적도록 변경됐다. 학생의 진로희망과 상이한 경우가 많은 학부모의 진로희망과 성장 과정에서 수시로 변하는 특기 및 흥미란의 삭제는 전형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생이 좀 더 본인의 진로에 관해 스스로 심사숙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긍정적인 점으로 평가된다.
◆교과학습발달사항(학습과정 및 성취도 중심 기록)
교과학습발달사항 중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의 경우 기존에는 결과 중심으로 기록하거나 분량을 많이 써야 유리하다는 생각으로 기술되었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은 학생의 수업 참여 태도와 노력, 자기주도 학습에 따른 변화와 성장 등에 초점을 두고 기재하도록 변경됐다.
더불어 방과 후 학습 내용은 강좌명과 이수 시간만 적게 됐다. 이는 교사의 역할이 평가자가 아닌 관찰자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자율탐구활동(교내에서 수행한 과제연구만 기재)
수상 경력만큼 많은 논란이 있었던 과제연구의 경우 교내, 학생 중심의 과제연구만 기재가 가능하도록 했다.
과제연구(교과)나 동아리 활동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자율탐구활동이 대학 진학을 위한 '필수 스펙'으로 오인되어 소논문 대필, 사교육 유발 등 문제점이 발생했다.
정규 교육과정 이수 과정에서 사교육 개입 없이 학교 내에서 학생 주도로 수행된 연구 주제 및 참여 인원, 연구 소요 시간만을 기재하도록 변경됐다. 자율탐구활동이 축소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런 자율탐구활동이 자기소개서의 중요한 제재가 되고 면접의 중요한 질문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결코 축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독서활동(읽은 책의 제목과 저자만 기록)
올해 바뀌는 학생부 기재 요령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이다.
독서기록장, 독서 포트폴리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의 증빙자료를 근거로 입력하고 있으나, 교사가 모든 학생의 독서활동을 관찰'기록하는데 한계가 있어 이른바 '셀프 학생부'라는 문제점 지적됐다. 교사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독서 성향은 적지 않고 학생이 읽은 책의 제목과 저자만 기록하도록 바뀐다. 이는 전체적으로 독서활동의 의미가 축소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독서활동의 경우에도 면접 등의 제재로는 활용될 수는 있겠지만 관찰이 어려워 책 제목과 저자명만 기록하도록 한 것은 미봉책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진다.
◆학생 행동 자체 객관적으로 기록
전반적으로 이번 개선안의 요지는 학생부에서 교사의 평가보다는 학생의 행동 자체를 객관적으로 기록하겠다는 것이다.
학생의 행동 과정이 담백하게 기록된 학생부는 대입에서 학생을 평가하기에 타당한 서류가 될 수 있고. 실제 학생이 노력한 과정의 기록을 통해 학업 역량, 전공 적합성, 발전 가능성, 인성 등을 대학의 입장에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학생 개인의 능력이 아닌 교사와 학교의 역량(환경)에 따라 서류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여지를 줄이겠다는 점은 수험생의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내용이다"며 "결과보다 과정 중심으로 기록함으로써 학생부에 대한 교사와 학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개선책이 되려면 교사가 상시 관찰한 내용을 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봉우 대구강북고 교사는 "학생 입장에서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은 자신의 진로 희망에 맞는 교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과 독서활동 부분이다. 특히 진로에 대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꾸준하게 준비했는가가 핵심 포인트다. '이 활동을 왜 했는지? 어떤 역량을 키울 수 있었는지?' 활동의 의미와 목적을 중심으로 수업 시간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계욱 비슬고 진로진학부장은 "이번에 변경된 내용 중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크게 영향을 미칠 항목은 소논문 활동과 방과 후 활동, 독서활동 기록의 간소화라고 볼 수 있다. 이 중 한 항목만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록의 간소화는 분명 서류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교육과정 안에서 개인이 특성이 드러날 수 있는 본인만의 구체적인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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