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保守)는 전통적인 가치들을 존중하면서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급격한 변화가 일상적인 사회에서는 경험이라는 것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고,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 이유로 어느 사회나 보수적 경향이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 성향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세상이 크게 변하고 있는데도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부패하기 쉽고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보수는 '법과 원칙'이라는 핵심적 가치를 중시한다.
그런데 '법과 원칙'이라는 말을 아무나 멋대로 쓰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자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법과 원칙을 지키라고 한다. 지난주에 경주 최부잣집의 '육훈'을 이야기하면서 말했듯이 법과 원칙과 같은 추상적인 말은 듣는 사람들에게 잘 와 닿지 않고 사람마다 사용하는 의미와 맥락이 다르게 된다. 한마디로 좋은 말이기는 하지만 나쁘게도 이용될 수 있다. 지난주에 이어서 최부잣집의 육훈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면 육훈에는 보수가 추구해야 할 가치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재산은 만 석 이상 지니지 마라.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는 탐욕과 사치에 대한 경계를 담은 것이다. 탐욕이 가득한 인간은 만족할 줄을 모른다. 머릿속에 탐욕과 허영심밖에 든 것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줄도 모르고, 많은 재산과 비싼 옷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할 뿐이다. 이런 사람들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 부정한 짓도 서슴지 않게 되는데, 보수의 진짜 적은 바로 이들이다.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는 남의 불행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지 말라는 것으로, 공정하고 정당한 경쟁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불공정한 경쟁을 한다면 약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이것은 공동체의 약화와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 공정한 경쟁은 '원칙'이고, '공정거래법'과 같은 '법'은 이 원칙을 뒷받침하는 수단이다.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은 사람이 없게 하라."는 비슷한 맥락에서 공동체에 대한 연대나 책임 의식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돈을 버는 것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도 모두 공동체 구성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는 조금 독특해 보이는 원칙이다. 경주 최부잣집에서 과객을 후하게 대접한 이유는 그들이 새로운 문물을 많이 알고 있고, 정체된 지역의 분위기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진보적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거기에서 좋은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 대구경북이 지니고 있었던 참된 보수의 정신이라는 것을 최부잣집의 육훈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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