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항 보경사의 주차료, 사찰의 배려가 필요하다

경북 포항 보경사의 주차료 문제로 사찰과 포항 시민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보경사는 사찰 소유 땅에 지은 주차장에 대해 포항 시민들에게서 주차요금을 받지 않았다. 대신 사찰 측에서는 건축수선비 등을 위해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보경사가 올 들어 다시 주차비를 받으려고 하자 포항시가 사찰로부터 주차장 임차에 잠정 합의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임차 금액 등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내연산과 보경사는 포항 시민은 물론 전 국민이 찾는 관광 명소이다. 그렇지만 사찰은 오랫동안 포항 시민들에게 주차료를 받지 않았다. 대신 내연산을 찾거나 사찰을 찾는 방문객에게 문화재관람료라는 명목의 입장료를 포항 시민 2천원, 외지인은 3천500원을 거뒀다. 입장료 징수는 전국 사찰의 공통적인 일로 그 나름 이유가 있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방문객으로 사찰의 보존과 유지에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와 경북도, 포항시가 해마다 사찰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그런데 보경사가 올 들어 포항 시민들에게도 무료 주차에서 유료로 방침을 바꾸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에 포항시는 사찰과 협의해 370면의 주차장을 임차하고 7월 1일까지 포항 시민에게 무료 개방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이는 완전한 해결이 아니다. 임차 금액을 선뜻 결정하지 못 하고 있어서다. 보경사 주차장의 한 해 운영 수익이 최소 10억원에 이른다는 사찰의 주장 때문이다. 이런 사정이 알려지면서 내연산과 보경사를 찾는 포항 시민들의 반발과 불만은 마땅하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그럴 만하다.

특히 보경사의 결정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크다. 이미 포항시 등은 2015년 6억9천만원, 지난해 11억4천만원을 지원했다. 여기에 올 들어 포항시가 임차해 무료 개방키로 결정했지만 주차료는 결국 시민 대신 포항시가 대는 셈이다. 입장료와 함께 이중(二重) 징수에는 변함없다. 그렇잖아도 지난해 입장료 문제로 소송 움직임까지 있었던 터다. 임차료의 적정 금액 결정과 방문객 입장을 헤아리는 사찰의 배려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포항 시민과 국민 모두 경제난에 움츠린 요즘이어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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